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를 대량 증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면서 멸종위기 종인 왕벚나무의 종자발아기간을 2개월로 단축시켜 증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왕벚나무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제주 한라산에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 수가 매우 적어 증식 및 보전이 시급한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벚꽃 개화시기 관측 표준목인 왕벚나무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평가기준에 따를 경우 국제단위 멸종위기종이다.
왕벚나무의 종자는 최소한 1년 이상 저온상태에서 저장한 후 파종해야 발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증식에 어려운 점이 많고 경비가 많이 소요돼 묘목생산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3년간의 예비연구를 통해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가 어려운 원인을 밝혀냈다. 그 원인은 종자의 껍질이 단단해 수분과 산소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고 발아를 억제하는 물질이 종자껍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회전배양을 통해 인위적으로 식물 호르몬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최소 1년이 걸리던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기간을 2개월로 단축시켰다.
이번 증식기술 개발로 환경 적응력이 높은 나무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관상용이나 조경수에 한정됐던 왕벚나무의 활용분야가 숲 조성이나 목재 자원 생산용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김두현 박사는 "이 기술은 기존 방법에 비해 종자의 이용효율성을 증진시켰다"며 "환경변화 적응에 필수적인 다양한 유전자형을 보급ㆍ보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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