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고려 은제도금 주자(注子) 및 승반(承盤)'은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 주전자다. 이 12세기 유물에는 봉황과 연꽃이 두드러지는 몸체 전반에 대나무 줄기와 죽순, 연꽃 등 각종 문양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다. 짝을 이룬 승반에는 세련미가 넘친다.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은제도금 주자, 가야 금관, 순금 불상….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은 28일부터 6월 2일까지 고대부터 대한제국기까지 보물급 우리 전통 금, 은, 유리 공예품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금은보화-한국 전통공예의 미' 전시를 연다. 보스턴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내외 박물관에서 빌려온 국보 9점, 보물 14점 등 모두 65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 은제도금 주자' 말고도 '신라 서봉총 금관'(5세기ㆍ보물)과 '가야 금관'(5~6세기ㆍ국보)가 처음 나란히 선보인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불교 공예 전시실은 석굴암처럼 꾸몄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리외함인 '금동사리외함'(7세기ㆍ보물)에 새겨진 사천왕을 감상한 후, 주실의 금동 불보살상 6점을 마주하는 구조다. 순금으로 만든 '금제여래입상'(7세기ㆍ국보)을 비롯해 가운데 배치된 '금동여래입상'(8세기 말ㆍ보물), 좌우측에 배치된 '금동 관음보살 좌상'(14세기)과 '금동 대세지보살 좌상'(14세기ㆍ보물) 등 각 보살상의 위치 역시 석굴암의 구성과 같다.
국내에 두 점만 전하는 '청자상감 화금당초문 접시'(13세기 말)는 청자에 금을 입힌 접시다. 가야시대 '금제 팔찌와 반지'(5~6세기ㆍ국보), 낙랑시대 '금제교구'(1세기ㆍ국보)를 비롯해 상류층이 애용한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등 정교한 세공기술은 지금 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리움은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세밀한 장식기법과 문양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갤럭시 노트2와 DID 고해상도 모니터를 배치해 관람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각 전시품을 36~72컷의 고화질사진으로 찍어 입력한 후, 관람객들이 360도 방향에서 이 작품들을 확대해 볼 수 있다. (02)2014-69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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