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의사로 일하는 어떤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 병원에는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 중에는 아파서 죽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 개인의 격한 반응에 그대로 응수를 하지 않는다. 아파 죽겠다는 액션이 큰 사람일수록 오히려 별 게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의사는 간호사가 맥박수나 혈압 등을 체크해서 나온 객관적인 정보를 보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움직인다. 하루는 어떤 엄마가 차분하게 아이를 안고 계속 어르고 있었단다. 아이가 열이라도 나는 것이겠지. 그런데, 의사가 아이를 받아 진찰대에 눕혔을 때, 아이는 이미 죽어 있더라는 것. 그 아이가 진짜 죽도록 아픈 환자였던 것. 죽음은 예고 없이 온다. 예고를 하고 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겠지. 문학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요란하게 오는 것은 가짜인 경우가 많다. 요란하다는 것은, 내면의 부실과 거짓을 감추기 위한 것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출판사에 책을 출간해달라면서 투고되는 원고들도 사실은 사정이 비슷하다. "이거 정말 좋은 원고입니다. 이 원고를 반려하면 틀림없이 후회할 겁니다." 이런 말들과 함께 들어오는 원고는 대부분이 수준 미달이다. 원고를 보내는 목소리가 이러하지 않고 "제가 무얼 좀 써봤는데, 도통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원고도 책이 될까요?"라는 겸양과 함께 들어오는 원고 속에 더러 보석 같은 것이 숨어 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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