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인사 낙마 도미노 사태로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청와대 검증 라인 문책론이 쏟아지는데도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인사 시스템 개선 요구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증은 강화하겠지만 하다 보면 접시를 깰 수도 있는 일로 남은 인선이 우선"이라며 현재의 시스템 유지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곽상도 민정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 교체 여부에 대해 "만일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임명장을 줬겠느냐"고 반문하며 "남은 공공기관장 인선을 위해 민정라인이 면밀하게 검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누구를 교체하는 것보다는 검증 작업의 내실을 강화하고 남은 인선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검증체계 다각화 등 각계의 인사 시스템 개선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어떠한 액션도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인사위원장인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100% 작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인사가 진행 중인데 비서실장 사과까지 거론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위직 낙마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새 정부 초기에 장ㆍ차관급 이상 6명이 줄사퇴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청와대는 각계의 비판 여론을 감안하지 않는 인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협소한 인재 풀에 기반한 '불통' 인선과 아마추어 검증라인의 '불량' 검증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사태가 장ㆍ차관급과 청와대 수석ㆍ비서관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만 11명이 기용되는 등의 외연 확대 한계와 주식백지신탁ㆍ납세 등 기본적 사전 검증 소홀이 맞물린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후 문책을 하기는커녕 인사 시스템마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피드백 정치'와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문제가 터지면 최소한 민정수석 등 책임자들이 사퇴했던 역대 정부의 전례와도 어긋난다. 이명박정부에선 정동기 민정수석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노무현정부에서도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선 파동으로 김우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추천위원들이 사표를 냈고 이 가운데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가 수리됐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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