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에 맞불을 놓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노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정상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정상회의를 갖는다. 아프리카에서 노골적으로 자원ㆍ안보 이익을 추구하는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백악관에서 시에라리온 세네갈 말라위 카보베르데 등 4개국 정상들과 만난다. 진보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다당제를 20년간 유지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를 비롯, 민주정치 제도가 안착했거나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국가들이 초청받았다"며 "아프리카에 민주개혁과 인권증진을 촉구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 내 기반시설 건설, 에너지 개발 등 경제협력 방안과 아프리카 지역공동체 신설 등 안보 현안이 회의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아프리카를 위한 건설적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외교에서 중국을 경쟁 상대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날 시 주석이 아프리카 첫 순방지인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벤트렐은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맺길 바란다"며 "가난과 질병 퇴치는 물론,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투자를 비약적으로 늘려 최대 교역국이 됐다.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교역액은 2,000억달러(220조억원)에 이른다. 미국은 중국에 밀려 아프리카에서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7일 "중국의 급부상으로 가치 중심적인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이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교역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국이 니제르에 무인정찰기(드론) 기지 설치를 추진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대테러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영향력을 만회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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