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5일 동해안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관하는 대규모 국가급 합동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26일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미사일ㆍ장사정포 부대를 포함한 모든 야전 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고 선언한 것은 최근 수위를 끌어올린 대남 도발 위협 공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이 언급한 '1호 전투근무태세'는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뜻하는 것으로 군 당국은 일단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군 기준으로 보면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할 경우 장병들은 개인 화기에 실탄을 장전하고 여분의 탄약을 지급받은 뒤 완전 군장을 갖춰 진지에 투입된다. 북한도 이런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 일각에는 "1호 전투근무태세에 들어갔다"는 북한의 위협이 최근 공세 수위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한 지난 11일 이미 각종 매체를 동원, '전시태세'와 '전투동원태세'를 강조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993년에는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에 반발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적도 있다. 군 소식통은 "1호 전투근무태세가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표현이어서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준전시태세에 비해서는 낮은 수위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에 한정돼 적용된다는 점에서 전투동원태세보다도 범위가 좁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군은 전방 부대의 경계 태세를 오히려 한 단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의 민감한 반응은 최고사령부 성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미 전략 폭격기 B-52 출격 등 한미의 압박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공군은 지난 8일과 19일에 이어 25일에도 B-52를 괌 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백령도를 방문한 김관진 장관의 '지휘 세력 타격' 발언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북한군의 미사일, 포병 부대의 특이 동향은 없지만 대남 공세가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5일 함경남도 함흥 인근 동해안에서 열린 국가급 훈련을 김 1위원장이 처음으로 평양에서 동해안까지 이동해 참관한 것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장거리 이동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피격을 염려해 동해 훈련 참관을 미뤄왔던 김 1위원장이 장악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군 동계 훈련이 다음 달까지 지속되는 만큼 합동 훈련이 또 실시될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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