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장준하 선생의 유해를 정밀 감식한 결과 장 선생이 외부 가격에 의한 두개골 함몰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위원회의 의뢰로 지난해 12월부터 유해 감식을 진행한 서울대 의대 이정빈 명예교수는 "장 선생은 큰 돌 등에 오른쪽 귀 뒷부분을 가격당해 즉사한 뒤 추락해 엉덩이 뼈가 골절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장 선생이 1975년 8월 경기 포천에 위치한 약사봉 산행에 나섰다가 높이 14.7m, 경사 75도인 계곡에서 미끄러져 숨졌다고 발표했었다.
이 교수는 ▦추락과정에서 바위 등에 긁힌 상처가 시신에 전혀 없고 ▦머리와 엉덩이를 잇는 어깨 부분이 골절 등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추락사한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내부출혈 흔적도 찾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추락사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장 선생은 머리를 가격당해 호흡을 담당하는 1,2번 경추가 손상되면서 즉사했고, 심장이 멎어 혈액순환이 멈춘 뒤 계곡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내부출혈 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과 관련 시민단체 등은 즉각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장 선생의 장남 호권(63)씨는 "아버지의 의문사가 결국 타살로 명백해졌다"며 "더 이상 이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국가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위원회는 국회와 협조를 통해 특별법을 제정,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 출범을 추진하는 한편, 오는 28, 29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30일 겨레장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장 선생 유해는 경기 파주의 장준하공원에 안장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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