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접대 의혹이 커지면서 사건에 연루된 게 기정사실인양 유력인사 명단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구 퍼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범죄혐의가 인정된 인사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도 10여명의 고위 공직자와 유력 인사가 실명 그대로 유포돼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사건이 '섹스스캔들'로 부각되다 보니 더 그렇다. 모 인사의 경우 혼사를 앞둔 자녀가 파혼지경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른바 '성접대 리스트'는 경찰이 내사에 들어간 지난 주 '증권가 찌라시'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버전이 파생되면서 실명이 공개된 인사도 점점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성접대 리스트의 경우 '동영상에 나온 인물'이라며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고위관계자 7명의 실명이 그대로 적시돼 있고 병원장, 건설회사 사장 등의 이름도 적혀 있다. 특히 이 버전은 이들 고위공직자들이 연예인 지망생과 주부로부터 성 상납을 받은 것 인양 묘사했다. 또 이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 경찰의 알력도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등 마치 권력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나 접대 의혹 여성 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다른 인사들의 실명까지 줄줄이 꿰어 나올 정도다. 또 고위공직자를 접대했다고 알려진 여성 C씨의 실명이 잘못 알려지면서 그와 이름이 비슷한 모 여성 연예인도 의혹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심각한 명예훼손에도 반발하지 못한 채 대부분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개적으로 반박할 경우 실명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더 큰 의혹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탓이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 허준영 전 경찰청장만 지난 22일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면 할복하겠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출마한 4ㆍ24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면돌파를 결심한 때문이다.
경찰도 성접대 리스트 확산의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 뒤늦게 무차별 유포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찰청은 26일 "SNS와 개인 블로그 등 인터넷으로 실명이 포함된 명단을 유포하는 것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유포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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