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와 원생수를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횡령한 보육원, 기계구입대금을 부풀리고 허위계산서를 제출해 국고보조금을 타낸 영농조합법인, 경상운영비와 각종 사업비를 수년간 횡령한 문화법인단체…. 국민 혈세가 '보조금' 형태로 줄줄 새고 있는 한 단면이다.
경북 영주시의 한 농민단체는 국∙도∙시비 1억6,000만원과 자부담 등 3억5,000만원으로 사료생산시설을 지어 준공 3년 만에 사료생산업체에 6억5,000만원 담보로 제공했다. 영농조합법인 등이 농업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저온창고 건축 등에 보조금을 지원받은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허투루 쓰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보조금 집행 대상 선정과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체계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보다 못한 영주시의회가 칼을 빼 들고 나섰다.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영주시의회 황병직 심재연 강정구 의원은 최근 '영주시 보조금 관리조례' 개정안을 영주시청홈페이지에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조사업 선정심의위원회 구성 ▲보조금 지원한도와 자기부담률 기준 마련 ▲보조금 지원이력 관리제도 도입으로 유사 중복사업 검증 ▲세부지원 내역 공개 ▲부정한 보조금 사용에 대한 환수 강제규정 ▲보조금에 의해 취득한 재산의 일정기간 양도 교환 대여 담보 제공금지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내달 열릴 예정인 시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되면 보조금 지원대상 선정과 집행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고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슷한 처지의 전국 다른 지자체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회가 민간보조금 지원 제도를 확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영주시의 민간보조금 규모가 일반회계의 13.8%인 593억원으로, 영주시 공무원 전체 연봉과 맞먹지만 대상자 선정이나 집행과정은 물론 사후감독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243개 지자체가 지원한 민간보조금 규모는 13조원으로 지자체별로 평균 53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예산심의를 거치거나 부정사용에 대한 제재 수단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조사업자 선정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23%, 지원내역을 공개하는 지자체는 22%, 위반행위시 환수 등 제재사항을 강행규정으로 의무화한 지자체는 1.6%에 불과했다.
권익위는 민간보조금 지원과정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권고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도 예산지원을 무기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조례 개정에 소극적이기만 했다.
이에 대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황병직 의원 등은 "민간보조금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보조금지원 사업의 사유화 방지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게 됐다"며 "시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이 집행, 정산 및 사후관리 소홀과 법령상 허점으로 발생되는 부당한 문제들을 방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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