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텍사스에 거주 중인 작곡가 조(Joe)씨는 일주일간의 한국 일정이 잡히자 즐겨찾기에 넣어둔 소셜민박사이트(여행객과 민박집 연결하는 온라인사이트)에 접속했다. 지난 방문 때 묵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숙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 가능한 날짜를 확인한 그는 신용카드로 1박당 55달러씩 총 385달러를 결제했다. 조씨는 "요즘 외국 여행을 할 때 소셜민박을 통해 저렴한 숙소를 찾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에서 신사동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과 개성을 갖춘 중저가 숙박시설이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이들 숙박업소들은 대개 가정집의 방을 내주거나 주택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형태. 호텔보다 절반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며 소셜민박 등 각종 여행 사이트를 통해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강남구청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곳만 16곳이다.
조씨는 신사동 가로수길 주변 숙소를 택한 이유에 대해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작곡에 도움이 된다"며 "일반 호텔보다 가격이나 분위기 모두 이점이 많아 벌써 세 번이나 묵었다"고 했다. '서울의 최신 유행 거리에 위치한 집'으로 소개된 이 숙소는 소셜민박사이트에서 5만차례 페이지뷰를 기록했고 지난 2년간 25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숙소 주인인 샘 박(35)씨는 "최근 경쟁업소가 여럿 생겼지만 여전히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최신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한 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묵을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외국 관광객의 구미에 맞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행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도 이런 틈새 숙박업소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이들 숙박업소들은 대부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가 자유로운 직원을 두고 음식, 교통, 지리 등 문의사항에 24시간 응대하는 밀착서비스를 제공한다.
'떡볶이 가장 맛있는 곳', '(곱창 순대 등) 현지음식 먹을 수 있는 곳'처럼 현지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 비치한 곳도 있다.
또 성형외과들이 몰려있는 신사동 주변에는 성형 관광객을 타깃으로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도 성업 중이다.
'호텔-유명관광지'코스로 이뤄진 정형화된 여행패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현지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관광객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여행 온 시 산나(30)씨는 "명동, 이태원 등 기존 관광지와는 색다른 체험을 하려 강남에 숙소를 잡았다"며 "한 블록만 나가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멋쟁이들이 가득한 바에서 현지인들처럼 밤늦도록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강남구청 관광진흥과 최혜영 팀장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지정한 이들 틈새숙박업소들을 집중 홍보해 강남의 명물이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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