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52)씨의 고위 공직자 성 접대 증거로 알려진 2분여 분량의 동영상이 사실상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경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사퇴로 고위공직자 성 접대 의혹이 극도로 부풀려진 상태지만 현재 수사상황으로 볼 때 어느 것 하나 입증이 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18일 내사 착수 이후 이날까지 10여 명의 참고인을 조사해 확보한 성 접대 의혹의 물적 증거는 김 전 차관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 하나뿐이다.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다 젊은 여성과 성 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것이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원본이 아니라서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아 사실상 감정불능 판단을 내렸다.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단서는 있지만 "얼굴 형태나 윤곽선이 비슷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는 게 국과수의 말이다.
경찰은 원본 동영상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윤씨 조카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도 확보해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 간 파일 생성과 삭제가 반복된 상태라 난항을 겪고 있다. 진짜로 고위공직자 성접대 장면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물증 확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윤씨와 대립하고 있는 여성사업가 K씨와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C씨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씨나 김 전 차관 모두 성 접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성 접대가 이뤄졌다는 윤씨의 별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동영상을 본 김 전 차관의 지인들도 김 전 차관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영상의 증거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동영상 촬영자와 영상 속 여성의 신원파악에 나섰지만 실체가 아닌 허상을 쫓고 있을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위공직자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당사자로 지목된 윤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내사 9일째, 수사 6일째인 26일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씨의 성 접대와 금품 또는 향응제공이 20여 차례 형사입건 무마와 각종 공사수주 과정에 특혜를 받는 대가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찰이 윤씨의 범죄혐의를 확실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국과수 분석결과를 의도적으로 3일간 감춘 사실이 드러나 은폐 의혹도 이는 등 경찰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양상이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수사과정에 법무차관까지 옷을 벗은 마당인 만큼 경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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