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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들의 '꿈, 도전, 좌절' 기발한 표현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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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들의 '꿈, 도전, 좌절' 기발한 표현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입력
2013.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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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교양수업을 듣고 과제로 그린 미술작품들이 잇따라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 20대 청춘들이 직면해 있는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내 교내외에 두 차례 전시된데 이어, 이번엔 한 미술관에 초청된 것이다.

경희대가 교양교육 강화를 위해 만든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영화 속 그림읽기' 과목을 지난 학기에 수강하며 예술로 세상과 소통한 대학생 114명이 주인공이다.

'영화 속 그림읽기' 수강생들의 작품 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유니아트홀과 이달 초 국립과천과학관에 차례로 전시됐다. 가로 4m, 세로 2.3m에 이르는 태극기 모양의 대형작품 는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나가는 대한민국 젊은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119개 캔버스가 모여 완성된 이 작품을 뜯어 보면 각자 꿈을 향해 도전하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형상화 돼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고민을 창의적으로 표현해 이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또 다른 습작도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신진작가를 위한 무대인 대구 오리진카페갤러리에 초청될 예정이다.

이런 예상밖의 인기는 미술 비전공자가 대부분인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전공자처럼 이론과 기존 틀에 함몰되지 않아 톡톡 튀었고, 참신했다. 노윤희(법학4)씨는 지난해 2월 응시한 사법시험 문제지를 캔버스 삼아 미국 화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전화코드'을 응용한 작품을 냈다. 전화통화하는 한 여성의 말풍선에 'Ohhh… alright'이라고 써 넣었다. 그는 "캠퍼스생활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 사시를 주제로 나를 표현했다"며 "3년간 준비한 사시를 그만두고 취업의 길을 선택한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안우(자율전공학부1)씨는 곧 닥칠 취업전쟁을 생각하며 길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뽑기기계'의 갈고리에 걸린 인형을 그렸다. 그는 "비슷비슷한 스펙을 가진 취업 준비자들이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려 출구로 나갈 날만을 고대하는 인형 같다는 느낌을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학도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민법 2조 '신의성실의 원칙'을 붓글씨로 표현하거나, 자유롭고 싶은 마음을 담아 사람의 등에 날개를 그려 넣은 학생도 있었다.

강의를 맡았던 이현민(46) 객원교수는 "의학 법학 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수강하다 보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주 많이 나왔다"며 "미술전문가들로부터 '비전공자임에도 전공자 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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