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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명인에게 쿨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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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명인에게 쿨해지기

입력
2013.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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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폭행 논란, 불법 도박, 세금탈루 그리고 약물 중독, 논문표절 의혹에 이르기까지 최근 우리 사회의 유명인이라 불리는 인물들과 관련된 부정적 의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그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행태를 비판하거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그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대중이 유명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일련의 소통 방식이 변해야 할 때다. 더불어 유명인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좀 알려졌다고 유명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그들의 행태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대중들의 시간이 낭비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물론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유명인들도 많다. 대체로 그들은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실천 행동을 수반한다. 얼굴을 드러내는데 인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자신을 홍보하는데 급급해 하지도 않는다.

유명인이란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이 탁월한 전문가 중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도록 이로운 정보로 가공하고 취사선택해 전달함으로써 대중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본래 특정한 전문성을 갖는 사람들이 대중 앞에 나서는 본질적 이유는 대중이 모르는 것, 특히 공익적 성격을 갖는 의제로 사회를 계몽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명인 하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듯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데 집중한다.

대중은 언제나 이들의 정보를 소비하고 전달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인식되어 왔다. 유명인을 맹신하면서 건전한 비판도 허락하지 않는 비이성적 지지와 옹호도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반대로 가혹하고 억지스러울 정도의 비난을 가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핵심은 특정 인물에 다수의 대중이 몰입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명인은 스스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산다 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랑과 관심은 지극히 대중을 배려한 '수사'(修辭)다. 유명인들은 대중이 투자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대중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유명인들의 말과 행동, 사건 사고, 신변잡기에 까지 시간을 투자한다. 그것을 소통이라 믿는다. 투자의 결과는 대리만족 또는 공감할 수 있는 감성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대중들이 투자한 시간은 특정 인물의 사회적 권력을 형성시켜 주고 궁극적으로 자본화 된다. 유명세하면 으레 돈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연예인화' 라는 말도 일반화 된지 오래다. 교수의 연예인화, 의사의 연예인화, 소설가의 연예인화는 물론 지난 대선에선 정치 지도자들의 연예인화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남에게 보여주기와 각자의 특성 보다 특정한 1인에 집중하는 몰아주기 식의 사회문화도 한 몫을 했다.

따라서 지금 대중에게 필요한 소통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자아소통이다. 언제까지 일부 유명인들에게 자기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들의 틀 속에서 울고 웃고 실망하고 분노하며 살아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시대는 유명인이 아닌 실체를 갖는 수많은 대중 속 개인들을 갈구하고 있다.

이제 유명인이라는 존재들과 좋은 일에 대해서는 경쟁하고 나쁜 일이 있을 때는 특정인을 비판하고 끌어내리기에 앞서 이미 그 위치에 가 있는 다른 유명인들에 대한 과도한 거품을 경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철저한 이미지 관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중적 노출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현실 그리고 그것이 자본으로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본질을 넘어서는 과도한 홍보의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난 논란들은 그 부작용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유명인에게 너무 과장된 이미지를 덧씌울 필요도 없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본질에 솔직해야 한다. 사회는 유명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중 속 자신에 의해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유명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좀 쿨 해지자.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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