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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칼럼] 평생 직업을 가꾸는 게 미래 창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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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칼럼] 평생 직업을 가꾸는 게 미래 창조다

입력
2013.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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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달 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필자는 그날 연주를 음악적으로 평할 전문적 식견이 없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84세의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피아노를 협연한 69세의 마리아 주앙 피르스를 보면서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어떻게 저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저 나이에도 생산적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느새 노인이 되어버린 필자에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다.

흔히 노인문제는 연금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복지제도로 접근한다. 퇴직 후 경제적으로 어렵고 질병을 앓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61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이다. 5년 뒤인 2018년에는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1,000만 명이 되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따라서 노인인구를 복지의 대상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오히려 생산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마련도 어려운데 노인 일자리 걱정하는 것은 노욕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30대는 80세까지 일을 해야 질적 삶을 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노인 개인의 삶도 행복해지고 나라도 부담을 덜 수 있을까?

첫째, 평생 일을 한다는 자기 다짐과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의 조직문화가 유행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오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평생직장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필자는 한때 부모들이 자녀들을 왜 의대나 법대에 보내려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야 비로소 이 분야는 해고 또는 정년이란 제도적 틀에서 자유롭게 평생 일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이런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굳이 이런 직업이 아니라도 자기개발과 자기 관리가 철저하면 평생 직업을 가진다. 그리고 이런 준비는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 대학생이 되고 또 사회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평생 직업을 염두에 두고 생애 설계를 해야 한다.

둘째, 평생 배워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한번 농사짓는 법을 배우면 평생 먹고 살았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한번 기술을 배우면 기술 주기에 따라 10년 이상 써먹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지식·정보 시대에서 대학 4년 배운 지식은 얼마나 갈까? 1년만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암기식 지식으로 평생 직업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대학은 스스로 배우는 법을 익히는 과정일 뿐이다. 노인이 되어서도 고부가가치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창의력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회의 변화 추세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정보·통신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특기를 갖추어야 한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이나 직업훈련도 기능교육에서 벗어나 이런 융합교육이 돼야 한다.

셋째, 평생 건강을 가꾸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지휘자나 피아니스트도 건강하기 때문에 창조적 삶을 즐길 수 있다. 이들의 음악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건강하지 않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은 환갑이나 칠순 잔치를 쑥스럽게 여길 만큼 오래 산다. 그러나 병을 앓으면서 의학적 도움으로 수명이 연장된다면 평생 직업을 즐기기는커녕 가족과 사회의 짐이 될 뿐이다. 평생 건강하려면 지나친 음주, 흡연, 불균형적 식사 같은 자기 파괴적인 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해야 한다. 이른바 4대 중증질환도 원인이 대부분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은 말할 것도 없다. 암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것은 치료방법의 개선보다 조기 발견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화두 중 하나가 미래창조다. 그러나 우리 미래는 정부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레토릭만으로는 더욱 안 된다. 정보통신기술 융합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바라는 미래상은 아니다. 평생 배우고 건강해서 평생 직업을 갖는 것이 개인이나 나라가 원하는 미래이다.

김한중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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