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 속도만큼이나 가격과 품질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난 1월 포르쉐는 독일 내 개발센터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를 열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포르쉐가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만을 위해 구매행사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 행사에 참여했던 국내 부품사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포르쉐가 먼저 구매의향을 보인 것 자체가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엔 브라질 상파울루 GM브라질 제1공장에서 국내 부품업체 29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전시 상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GM브라질 현지법인 구매담당자와 1차 부품 협력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문전성시를 이뤘다. GM뿐 아니라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브라질 시장 1,2위 업체들도 한국 자동차 부품구매에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약 2만개. 한국 완성차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다는 건 곧 부품의 수준도 그만큼 올라갔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자동차 수출 못지않게 자동차부품 수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46억1,000만 달러. 완성차 수출액(472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또 자동차부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수입한 천연가스(239억달러) 보다도 많은 액수다. 부품에서만 197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을 만큼 효자수출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무적인 건 부품수출이 글로벌 주력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 국내 부품사들은 지난해 미국시장에 56억4,2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중국에도 44억5,800만 달러규모를 팔았다. 두 나라에서만 자동차부품에서 84억달러, 우리 돈 약 10조원의 무역흑자를 냈다.
기술격차가 커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일본과 독일수출도 증가추세다. 일본에 7억8,100만달러, 독일에는 3억2,2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의 벤츠나 BMW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이 한국 부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부품산업 위상이 글로벌 레벨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품산업이 급성장한 가장 큰 원동력으로 완성차-부품업체간 '동반성장'전략을 꼽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부품경쟁력이 제고되어야 완성차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정몽구 회장의 거듭된 강조에 따라 엄격한 품질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반드시 협력업체와 동반진출하고 있다. 또 부품업체들이 수익개선과 연구개발투자 확대를 위해, 현대ㆍ기아차에만 독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엔 협력업체들의 인재확보를 위해 채용박람회를 개최해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위부품업체는 물론 스위치, 금형 등 하위 부품업체 제품도 품질의 안정성 면에서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어 부품수출은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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