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가운데 금융자산 10억원을 넘는 부자들은 되레 1년 전보다 11%나 급증했다. 또 치솟는 물가와 박봉 탓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고 있는 반면, 부자의 자녀들은 결혼비용만 4억2,000만원을 지원 받는 등 상당한 자산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하나금융연구소가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고객 784명을 분석해 내놓은 '한국의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만 10억원 넘게 보유한 국내 부자는 전체 인구의 0.3% 수준인 15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국내 개인 금융자산의 18%(461조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체의 70%가량은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여겼다.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3,911만원, 지출은 1,014만원이었다. 이들은 월급 등 근로소득(26.1%)보다는 금융자산(주식ㆍ예금 등)과 부동산에서 얻는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 재산소득(38.7%)이나 사업소득(28.9%)이 많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평균 70~80%에 달하는 반면, 부자들은 그 비중이 45%(금융자산 55%)에 불과했다. 부동산 비중을 더 줄이겠다는 의견(30.6%)도 많았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 비율은 자산 규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들의 부채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금융자산 30억~50억원 미만 29%, 10억~30억원 미만은 49%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금융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기 부자일수록 적극적으로 부채를 활용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 증식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은 예금(41.7%), 펀드(24.5%), 보험 및 연금(19.8%), 주식(13.8%) 순으로 높았다.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자산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것을 선호하는 셈이다.
특히 부자들은 자녀의 사교육과 결혼에 많은 돈을 썼다. 20세 미만 자녀가 있는 부자 가구의 사교육 비율은 94.7%로 일반인 평균(71.7%)을 크게 앞섰다. 월평균 사교육비도 229만원으로, 일반인 가구(48만원)보다 4.8배나 많았다.
부자들은 자녀 결혼비용도 아들(4억2,400만원), 딸(4억1,600만원) 구분 않고 4억원 이상 썼다. 2011년 한국재무설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녀를 결혼시킬 때 드는 평균 비용은 아들 1억5,500만원, 딸 5,000만원. 일반 국민은 아들을 결혼시킬 때 딸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부담하지만, 부자들은 성별과 상관 없이 결혼비용을 지원하는 셈이다. "서민들은 신부가 배우자의 생활 수준에 맞춰 혼수를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부자들은 자기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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