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훈장도 소용 없더라."
미국 할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국내서 '링컨' '제로 다크 서티' 등 수상작들이 오스카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 개봉했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한국영화의 강세 때문이다.
'링컨'은 14일 개봉해 25일까지 누적관객 12만1,785명(영진위 집계)을 기록했다. '링컨' 홍보사측에선 "그리 나쁜 스코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봉 전 "'링컨'을 보고 감명받았다"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언급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초기의 사회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빈 라덴 암살 사건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는 7일 개봉 이후 지금까지 10만8,526명이 봤지만 이제는 영화를 보고 싶어도 스크린을 찾기가 어렵다. 테헤란 미대사관 인질 구출 사건을 다뤄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아르고'도 지난해 10월 국내 개봉 이후 관객은 14만명에 그쳤다. '링컨'과 '제로 다크 서티'는 미국에서 각각 1억8,140만 달러, 9,5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초흥행작이다.
영화 전문가들은 국내 흥행 실패를 "링컨과 빈 라덴 등은 미국인의 관점에선 흥미로운 대상이지만 한국에선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으로 해석한다. 소재에 대한 관심도 차이라는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훌륭해도 미국적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 때문에 왠지 보기가 꺼려진다는 관객도 많다.
지난해도 아카데미에서 주목 받은 '아티스트' '철의 여인'등도 흥행 성적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2011년의 경우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국내 개봉된 '블랙 스완' '킹스 스피치'는 오스카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 '블랙스완'은 162만 관객을 넘어섰고, '킹스 스피치'도 80만명을 넘었다.
최근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기를 펴지 못한 것은 한국영화의 강세 때문이다. 3, 4개월 간격으로 1,000만 관객을 넘는 한국영화가 잇달아 나오고, 400만 이상의 중박영화들이 뒤를 받치고 있어 할리우드 영화들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
21일 개봉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팬덤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호연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연애의 온도' '파파로티' '신세계' 등 한국영화에 밀려 5위에 머물렀다. 첫 6일간 누적관객 15만9,323명을 그나마 외화로 선전하는 수준이라고 부를 정도다. 올 들어 25일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76.1%, 직배를 포함한 미국 영화의 점유율은 18.9%에 불과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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