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연주회에 초대를 받았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했다. 프로그램 중에는 체르니의 곡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피아노 학원 용 연습곡집으로 유명한 그 체르니 말이다. 한 대의 피아노와 여섯 개의 손을 위한 군대행진곡. 작품번호 229번. 무슨 벌레의 몸통도 아니고 여섯 개의 손이 다닥다닥 올라앉은 건반이라니. 연주회를 많이 다녀 보지 않은 터라 한 대의 피아노를 세 명이 나눠 치는 무대는 처음이었다. 너무 꽉 차서 저러다 피아노 줄이 나가버리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너무 무식한 걱정이었으려나. 어쨌거나 여섯 개의 손에 맡겨져 일당백으로 오케스트라를 소화하는 듯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웅장하다기보다는 외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베이스에서 멜로디, 장식음까지 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하는 악기. 기댈 곳이 없는 악기. 나중에 우물우물 내 소감을 들은 친구는 살짝 피로감이 깃든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다행이네. 여섯 손이 필요한 그런 곡, 많지도 않고 자주 연주되지도 않아. 왜냐면 말이지, 대학에 제출할 실적에 포함시킬 수가 없거든. 오늘 같은 경우에나 가끔 불려 나오는 정도야." 그리고는 시무룩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이런 친목 연주회, 나 아니면 올 일 없지? 난 이제 연주자의 길은 여기서 접을 거야. 그냥 꼬마들이나 가르칠까 해. 그러니 너는 그런 외로운 곡을 마지막으로 들은 걸지도 몰라." 정작 외로운 건 친구의 답변이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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