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관심은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힘들군요."
18~20일 한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업체 4곳의 기업설명회(IR)가 열린 푸젠(福建)성 현지.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참가업체의 IR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국내 상장 불과 2개월 만에 분식회계로 거래정지 된 중국기업 고섬의 파문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당시 추락한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한국 증시에 도전한 중국기업들은 "중국 기업이란 이유로 주가가 약세인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만 할 뿐 불신을 씻어줄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는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IR 참여기업들의 열정과 장밋빛 전망은 높이 살만 했다. 외벽타일 생산업체 완리는 지난해 66만㎡ 의 대규모 공장을 지어 타일 신제품을 생산 중이라고 홍보했다. 오토바이와 잔디 깎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자동변속장치 부품을 생산하는 에스앤씨엔진그룹은 중국 내에서 오직 4개 업체만 자동변속 기어 생산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식품업체 차이나킹과 신발의류업체 차이나그레이트는 다양한 제품군을 내세웠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과 미래를 판단할만한 객관적 '숫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업체는 IR 도중 "2020년 중국 시장의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근거와 통계를 요구하자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기업들은 "우리 회사는 중국에서 잘 나가는데 한국 투자자들이 몰라주고 몇몇 불량 기업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21,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내 증시 상장 일본업체의 IR은 확연히 달랐다. SBI모기지(주택전문 금융업체)는 5개년 계획을 설명하면서 134개인 점포를 500개까지 늘리고, 배당성향 30%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결제대행업체인 SBI액시즈 역시 오프라인시장과 해외시장 진입이란 뚜렷한 목표를 다양한 통계 근거를 통해 제시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이 대행업체에 IR을 전적으로 맡기는 등 시스템이 일본만큼 선진화하지 않아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교육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푸젠(중국)ㆍ도쿄(일본)=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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