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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가 발목 잡은 '고액 연금자 건보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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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가 발목 잡은 '고액 연금자 건보료 부과'

입력
2013.03.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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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부과 형평성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액 연금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방안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복지부가 안을 낸 지 9개월이 넘었지만 고액연금을 받거나 받을 공무원 등의 저항으로 규제개혁위원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고액의 연금소득(공적연금)이 있지만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이들에게 보험료를 물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으로 연 4,000만원 이상을 받는 이들 중 2만2,000명 정도로부터 월 평균 18만4,000원씩, 연간 492억원의 보험료를 걷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행규칙은 입법예고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규개위 규제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29일 규개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위원들 상당수가 반대 입장이어서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복지부가 규개위 심사를 요청한 것은 입법예고 후 5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11월이다. 입법예고 후 통상 1,2개월 안에 규개위 심사가 끝나고 국무회의에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상자들의 반발에 머뭇거렸다는 의심을 살만했다.

규개위는 안건 상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임채민 전 장관의 독촉을 받고서야 2월 1일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위원들은 "전체 건보료 개편방향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부처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 "각각 연 2,000만원씩 연금수입이 있는 부부인데 자녀가 직장인이어서 보험료를 내지 않는 이들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안건을 보류시켰다. 규개위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 17명 중 대학교수가 11명이며 이밖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15일 복지부 주관으로 열린 부처협의에서 안전행정부와 교육부측은 "안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형평성 문제에 좀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험료 납부 부담을 안게 될 은퇴 공직자, 전직 장성들의 이해를 정부 부처들이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규개위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7명의 위원 중 이 안을 지지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연락이 닿은 위원들은 "나도 당사자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국민들이 보기에 당연하지만 공무원들은 좀 억울한 측면도 있다", "자녀가 잘된 집안의 부모는 자녀 등에 업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험료를 내야 해 부당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이렇게 솎아내려 하면 열심히 연금을 낸 분만 국가에 배신당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적 연금 수령자로 자녀가 없거나 직장인이 아니어서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보험료를 내는 이들은 지난해 말 현재 78만5,455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번에 모든 형평성을 해소할 수는 없지만, 이들보다 낮은 연금을 받으면서도 보험료를 내는 분들과 최소한 형평성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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