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발코니 설치, 책상겸 침대'스터디 베드'수납·휴식공간 극대화 등 공간 확장·변경·창조숲속 학교·자전거 쉐어링… 생활전반 서비스 접목까지주택넘어 민자발전 도전장해외시장 공략 발판 삼고 일자리 창출 등 다각도 전략
건설경기가 꽉 막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용산개발사업 위기, 주택거래 실종, 세계경제 침체 등 현실은 숨조차 쉬기 어려운 형국이다. 경기 활황에 취해 뚝딱 건물이나 짓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자투리나 틈새 공간이라도 허투루 버릴 수 없다. 건설회사들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위기와 맞서는 국내외 현장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
요즘 아파트는 공간 전쟁이 한창이다. 숨겨진 1㎡라도 찾고, 없는 공간은 창조하고, 놀리던 자리엔 새로운 숨결과 철학을 불어넣고 있다. 발 돌린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동탄2신도시 롯데캐슬 알바트로스'는 앞뒤에 있던 발코니를 옆에도 만들어(3면 배치) 전용면적의 절반가량을 더 제공(예컨대 101㎡는 50.97㎡ 추가)한다. 확장 공간은 채광과 환기가 좋아 붙박이장이나 드레스 룸으로 쓰인다. 롯데건설의 '송도 캠퍼스타운' 아파트는 벽체가 움직여 4가지 모양으로 변한다. 최근 낮에는 책상, 밤엔 침대로 쓰는 다기능 '스터디 베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두산건설은 답답하고 비좁은 오피스텔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휴게 및 수납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틈새 전략을 썼다. 충북 '오송 두산위브센티움'은 주거 동을 3개로 나눠 단풍나무 쉼터,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설 넓은 중앙광장을 확보했다. 낮엔 책상, 밤엔 침대로 쓰는 월 베드(Wall Bed) 시스템과 세탁전용 가구, 벽체 이동 등은 좁은 공간을 넓혀준다.
삼성물산이 개발한 '스마트 사이징 평면'(기존보다 6㎡ 증가), GS건설이 기존 40~42㎡형을 59㎡형에 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평면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형뿐 아니라 주택의 정신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포스코건설의 '헤아림' 철학이 대표적이다. 최첨단 수납공간,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기본이고 디자인과 기능성, 사용 편리성도 고객 눈높이에 맞췄다. 포스코건설 '더샵'의 통합 전기제품들은 2년 연속 해외 디자인 상을 받았다. 사용과 보관이 편리한 열쇠고리 타입의 출입증 등 소소하지만 편리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대우건설은 업계 최초로 입주고객 대상 주거문화상품인 '라이프 프리미엄'을 내놓았다. 숲 속 학교, 자전거 쉐어링, 투게더 공방, 텃밭 가꾸기 등 40여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하자보수에 그쳤던 입주 후 서비스를 생활 전반으로 확대한 셈이다.
금호건설은 전북 익산시 '익산 금호어울림'에 스마트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일괄 소등, 엘리베이터 콜, U-보안, 대기전력 차단, 가스 및 보일러 차단 등의 설정 기능을 한군데 모은 다기능 스마트 스위치가 핵심이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미래형 녹색기술, 최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춘 '아이파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택을 넘어 민자발전(IPP)에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IPP는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아 발전소를 지은 후 일정기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방식이다.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은 각각 포천복합화력발전소와 동두천LNG복합발전 프로젝트 성공을 계기로 영역을 해외로 넓혀가고 있다. 국내 틈새 전략이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서는 발판이 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독특하게 일자리 창출을 틈새 전략으로 내세웠다. 2010년, 2012년 60세 이상 고령근로자인 실버사원을 연간 2,000명씩 채용한 데 이어 올해는 3,000명으로 확대해 어느덧 LH의 상징이 됐다. 노인 일자리 창출, 임대아파트 관리인력 부족 해소,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주거만족도 향상 등 1석3조의 효과를 누리면서 LH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졌다. 작은 틈새 아이디어가 무형의 이익을 안긴 것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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