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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주말리그 3년째 공부도 야구도 다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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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주말리그 3년째 공부도 야구도 다 놓친다

입력
2013.03.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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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야구선수 육성을 표방한 고교야구 주말 리그제가 3년째를 맞고 있다.

2011년 정부 시책에 따라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수업 결손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장의 실정을 무시한 '탁상 행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말리그는 올해도 지난 16일부터 전국 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 55개 고교야구팀은 상ㆍ하반기로 나뉘어 주말리그를 치르고 왕중왕전을 통해 최강팀을 가린다. 하지만 주말리그의 실상은 야구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력 저하시키는 학습권 강요

주말리그는 고교 야구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정규수업을 받은 이후에 훈련을 하고, 대회는 주말에만 하자는 취지다. 학습권 보장과 수업 결손을 최소화해 '공부하는 야구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선 고교팀의 야구부 감독과 교사, 학부모들은 공부도, 야구도 모두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기초 교육을 무시한 채 느닷없이 고등 교육을 주입시키고 있다. 게다가 일반인도 사회에 나가면 필요 없는 미분과 적분을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거부감과 괴리감은 상상 이상이다. 학생들의 지친 심신은 방과 후 훈련에 지장을 주고, 이튿날 수업 시간에는 다시 꾸벅꾸벅 졸고 앉아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야구 선수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면 외국어나 소양 교육인데 교과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관심, 무지원 속에 표류

구장 문제는 주말리그가 자리를 잡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야구협회는 주말리그 전환을 결정하면서 신축 구장 건설을 약속하는 한편 지역별 주경기장과 보조구장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이 중 상당수 구장들이 대학리그, 사회인리그 등과 일정이 겹쳐 구장 사용에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전국 분산 개최로 주말리그는 유명무실해졌다. 이 감독은 "창원에서 열리는 황금사자기 대회에 출전하려면 수요일이나 목요일 내려가야 한다. 사실상 일주일 전부를 소비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동문 관계는 열악해지고 후원도 뚝 끊겼다. 이 감독은 "8강, 4강 순으로 단기간에 대회가 함축적으로 열려야 하는데 한 번 경기하고 그 다음 주말에 하니 동문들의 애교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 경기하는 프로야구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우수 선수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이러한 주말리그의 폐단이 야구 저변을 흔들고 있다. 의미 없는 학습에 찌들은 고교 선수들의 경기력은 크게 떨어졌다. 학생들이 수업을 모두 마치면 오후 4시50분, 야간 훈련을 마치면 밤 9시30분이다. 이튿날 오전 7시에 등교해야 한다. 이 감독은 "학습을 병행해야 하는 일주일 동안 선수들의 컨디션에는 별의별 변수가 다 생긴다. 우수 선수는 나올 수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기량이 좋은 선수만 주말마다 등판시키다 보니 투수 혹사 문제가 불거지고, 훈련이 부족한 야수의 경우도 장거리 타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대형 고졸 신인들이 사라진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한 마디로 3년째를 맞은 주말리그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이상현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은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하지만 정부(문화부) 방침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면서 "또 학습권과 관련된 부분은 교과부 관할이다. 협회뿐 아니라 학교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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