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새누리당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라인 문책론이 공공연하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인 불만과 우려가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등의 도미노 낙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차가운 '긴장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25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가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친박계이자 '당의 입'인 이상일 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의 반성""부실 검증 책임자들의 문책" 등 강경한 표현을 썼다. 이 대변인은 22일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역설한 데 이어 연달아 청와대를 겨냥했다.
여당의 화살은 일단 고위 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 라인을 겨냥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경험 부족으로 벌어진 시행 착오라면 조금 더 기회를 줘 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된다면 (민정수석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사 실패 사례가 추가될 경우 청와대의 다른 핵심 인사들까지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청와대 인사 난맥상에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우선 국민 여론이 인사 실패에 대해 워낙 싸늘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사 실패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당직자는 "인사 실패의 유탄을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여당이 맞게 되는 게 아니냐"면서 "나홀로 인선에 익숙한 박 대통령과 대통령의 뜻을 이행하기에 급급해 검증을 소홀히 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반성하고 고치지 않으면 잡음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통합당은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의 사과와 민정 라인 교체를 촉구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역대 정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인사 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 스타일과 구멍 난 인사 시스템이 불러 온 필연적 결과"라며 "청와대 민정 라인을 교체하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인 설훈 의원은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에서 비롯된 참사인 만큼 박 대통령은 수첩을 버리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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