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쓰러져 숨을 못 쉬어요. 도와주세요!"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랑구 묵동 다목적 체육관에 다급한 외침이 쩌렁쩌렁울렸다. 배드민턴을 하던 주모(67)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주씨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은 마침 비번으로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중랑소방서 소방위 한진국(49)씨. 26년 경력 베테랑 소방관인 한씨는 주씨의 호흡과 맥박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119 신고와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주씨의 가슴에 두 손을 얹고 구령을 붙이며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119 구급대가 5분여 뒤 도착했다. 119구 구급차에서 심장제세동기 처치를 받은 주씨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함성이 쏟아졌다. 현장에서의 침착한 대응과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심장제세동기 처치로 주씨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체육관에서 운동하다 심장 박동 정지로 쓰러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은 주씨가 처음이 아니다.
두 달 전인 지난 1월에도 이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친 후 의자에 앉아있다 갑자기 쓰러진 유모(57)씨를 시민이 발견,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곧이어 도착한 119구급대의 심장제세동기 처치로 유씨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중랑소방서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맥박이 없고 동공반사도 없는 심장박동 정지 상태였다.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갑자기 정지해 혈액 순환이 멈춘 상태에서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3분 내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하면 뇌손상이 시작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두 사람의 경우 심장박동 정지 환자 발생 시 119신고, 최초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구급대의 자동제세동기 처치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제 2의 생명을 얻은 셈이다.
주씨와 유씨는 다행히 5분 여 만에 호흡과 심장이 돌아왔고 응급실에 도착해 치료를 받은 뒤 바로 의식을 되찾았다. 중랑 소방서 관계자는 "두 번 모두 즉각적인 심폐소생술과 심장제세동기 처치로 의식, 호흡, 맥박이 현장에서 모두 회복된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서 구급활동에 참여했던 대원은 "날씨가 풀려 갑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한 중년층이 많은데 무리한 운동으로 심장에 부담을 주게 돼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변의 사고에 대비해 일반인들도 사전에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제세동기 작동법을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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