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스타일 이란 건 없다'. 이게 제가 꾸준히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2009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칼럼 '패션&패션' 등 언론에 기고한 내용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담았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스스로 어떤 옷을 만든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고 끊임없이 비우고 다시 채우면서 디자인도 진화해 온 듯하다"는 말로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까지 연극배우를 꿈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국제복장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패션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3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이씨는 "패션쇼를 앞두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디자이너로서의 역량까지 의심했던 37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이자 인생의 전기였다"고 회고했다. "디자이너로서 은퇴하기 전까지는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언제나 37세에 머물기로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젊은 친구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됐죠."
"패션을 빼놓고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믿는 그는 책을 통해 패션이 산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조명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밝혔다. 특히 한글 캘리그래피 등 전통문화 소재를 디자인에 차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2006년 한국ㆍ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처음 한글을 디자인에 활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성공의 확신이 없었지만 외국 바이어들이 높게 평가해 줘 우리 글자의 미적 가치를 깨닫게 됐다"며 "우리 문화에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디자이너로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인터뷰 때마다 예순까지만 디자이너로 살고 이후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고 말해 왔어요. 하나의 일에 제 인생을 모두 소비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것은 많은데 하나에 갇혀 사는 것은 아깝잖아요. 제 다음 책은 어쩌면 여행에 관한 내용일지 모르겠네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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