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역사교과서와 국내 발간되는 아동도서에서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이 '위험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환 서울교육대교수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주최로 29일 이 대학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리는 '어린이ㆍ청소년 역사책, 길을 묻다' 심포지엄에 앞서 공개한 발제문에서 "(초등 역사교과서는)전체적으로 국가와 민족 중심의 역사 맥락이 강조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학교에서의 '국민교육' 즉 '국민 만들기'라는 교육 목표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의 역사 기술부문에서는 고조선의 성립을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의 성립을 '건국신화'로 설명하며 한반도 민족주의를 강조한다. 임 교수는 "고조선 성립을 단군신화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건국신화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신화에서 역사상 허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하는 것이 단군신화를 역사 교육의 소재로 활용하는데 적절하다"고 지적했다.어린이 역사책과 위인전에서도 적지 않은 민족주의적인 시각이 발견된다.
이날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는 어린이책 기획자 이지수씨는 2000년 이후 출간된 어린이도서를 분야별로 분석해 "(어린이 역사책이)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여전히 배타적, 우월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호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연구원은 허준, 지석영, 우장춘의 위인전을 검토한 뒤 "과학기술자 위인전은 근대화의 꿈에 복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따라 과학 기술인은 민족사, 민족국가사에 기여하는 과학영웅으로서만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평가한다.
연구소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국제적 시각에서 한반도 역사를 기술한 도서에 주는 '국경을 넘어서는 어린이ㆍ청소년 역사책'상을 제정했다. 올해부터 매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ㆍ청소년용 역사 도서를 대상으로 심사해 부문별 권장 도서 10~15종과 대상 수상작을 발표한다. 제1회 수상작은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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