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는 정반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자세를 낮췄고, 선동열 KIA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류중일 감독은 25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3년 연속 우승에 대한 발톱을 숨겼다.
류 감독은 "시즌 목표를 3연패로 설정은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인 투수인 밴덴헐크가 부상으로 개막부터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정현욱(LG 이적)과 권오준(부상)이 부상으로 빠진 불펜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숙제다. 매 게임 최선을 다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류 감독은 지난해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강한 자신감으로 일관했다. 당시 "목표는 우승이다. 삼성을 1강으로 꼽는 분들이 많은데 너무 고맙다. 부상이 없다면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올해는 신중 모드로 일관했다. 그는 "우리가 시범경기에서 꼴찌를 했다. 우리가 가장 약한 것 같다"면서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력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다. 있는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감독과 달리 5년 만에 시범경기를 1위로 마친 선 감독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에는 "삼성만 1강이고 나머지는 7중"이라고 했지만 올해는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선 감독은 "지난 한 해는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힘들었다. 올해는 왠지 기분이 좋다"고 싱글벙글했다. 이어 "선수들이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며 "올해는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 KIA의 우승을 기대해 달라"고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각 구단 사령탑들은 이번 시즌 삼성과 KIA, 두산이 우승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류 감독과 선 감독, 김시진 롯데 감독은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넥센을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사령탑은 단연 김응용 한화 감독이다. 생애 첫 미디어데이 나들이에 나선 김 감독은 촌철살인의 멘트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행사 내내 혼자 팔짱을 낀 채 먼 곳을 바라보다가도 사회자가 "출사표를 밝혀 달라"고 하자 "준비한 것을 감독들이 이미 다 말해 할 말이 없다. 그 동안 원 없이 많은 연습을 시켰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이어 제자 선동열 KIA 감독과의 사제지간 맞대결에 대해서는 "삼성 감독 시절 (당시 선동열 투수 코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보고) 내가 많이 배웠다"면서 "KIA에 비해 우리가 많이 떨어진다. 솔직히 우리가 조금 약하다"고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야구는 반드시 강한 팀이 이기는 것만은 아니다. 운이 좋으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 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올 시즌 우승팀에 대한 전망이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김경문 NC 감독이 "너무 많이 받은 질문이다. 여러 차례 대답을 했다"며 "좀 달리 말하겠다. 올 시즌 우승 팀은 한화, 다크호스는 NC다"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두 번째로 답변을 한 김응용 감독은 "이하동문"이라고 짧게 답한 뒤 그냥 마이크를 내려 놓았다.
2013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의 주인공은 다른 감독도, 선수도, 팬도 아닌 '백전노장 호랑이' 김 감독이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다가갈 수 없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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