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필이 형이 좀처럼 칭찬을 안 하시는 분인데 제 앨범을 듣고선 좋은 이야길 많이 해주셨어요. (조용필 데뷔 45주년) 콘서트에서 제 앨범 곡을 연주해보라고도 하셨는데 형님 팬들을 생각하면 그럴 순 없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선장이 조용필이라면, 기타리스트 최희선(52)은 1등 항해사다. '가왕(歌王)'의 옆에서 20년간 밴드를 이끌던 그가 데뷔 36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것도 노랫말 하나 들어가지 않은 100% 순수 기타 연주 앨범이다.
22일 서울 동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희선은 "오래 전부터 앨범을 내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도 있고,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했다.
"나이 오십이 되면 꼭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상의를 벗은 채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꿈을 꿔 왔다"는 그는 조금 느지막하게 첫 번째 꿈을 이뤘다. 26일 발매되는 앨범 '어나더 드리밍'엔 기타로 깎아낸 12개의 조각품이 담겼다. 하드 록에서 퓨전 재즈, 블루스 록까지 록 기타로 차려낸 잔칫상이 푸짐하다. "(배)철수 형이 대중을 위해선 노래를 꼭 넣어야 한다고 충고했는데 고민 끝에 '내 길은 이 길'이라는 생각에 연주곡으로만 채웠죠."
최희선은 악극단의 기타 연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기타리스트의 피를 이어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치기 시작한 기타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프로급 수준에 이르렀고, 최헌의 '오동잎' 등을 작곡한 기타리스트 김기표에게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서 기타를 연주하곤 했는데 하루는 김기표 선생님께서 오신 거예요. 부산에 기타 잘 치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내려오셨대요. 그래서 들어가게 된 게 최헌과 불나비였죠."
김현식과 돌개바람과 록 밴드 신을 거친 그는 프로듀서이자 스튜디오 세션 연주자, 편곡자로 변신해 이승철, 전영록, 유열, 심신 등의 앨범에 참여했다. 조용필의 눈에 띈 1993년부턴 줄곧 위대한 탄생의 일원으로 살아 왔다. "30대에 시작해 이제 쉰이 됐으니 위대한 탄생은 제 음악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최희선은 앨범 발매 후 4월 13일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5월 말부터 열리는 조용필의 전국 투어도 함께 준비해야 해서 바쁜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1부에선 이번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2부는 게스트들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명곡들로 채울 겁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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