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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급할수록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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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급할수록 돌아가라

입력
2013.03.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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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60개월이다. 어제로 그 중 한 달이 지났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 그리고 현행 헌법 하에 치러진 6차례 대선에서 유일하게 과반의 득표로 당선되었던 그다. 그 만큼 국민들이 박 대통령 시대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그러나 첫 한 달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사가 그리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인사에 있어서 혼란이다. 국무총리, 장ㆍ차관을 비롯하여 청와대의 비서관이상 100여명의 인선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 11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낙마하거나 중도 사퇴했다. 그나마도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로 인사청문회에 소홀한 덕분이란 말까지 나돈다. 산뜻한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여망에 찬 물을 끼얹은 격이다.

다음은 정치력 부재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5일이 지나서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의 섣부른 원안고수 입장천명은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집권당은 협상력을 상실한 채 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연출했다. 야당은 당내 강경파와 외부 입김에 휘둘려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일단 어렵사리 첫 단추는 채웠다. 이제부터다. 지난 한 달의 당혹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은 앞으로 하기에 따라서는 보약이 될 수도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수가 거듭된다면 이는 국민들을 가볍게 여기는 탓이다. 박 대통령이 탐독했다는 정관정요의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다'는 경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수첩을 덮어야 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사가 만사'다. 박 대통령은 인사를 하는데 과거 자신이 직접 검증했다고 믿는 사람들을 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인연은 소중하게 여기되, 검증은 원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와 함께 할 수백 수천의 인사요인이 있기 때문에 인사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통치의 늪에 빠지지 말고, 정치의 물결을 타야한다. 다사다난한 정치적 역정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하면 정치를 멀리하려는 경향이 농후해진다. 말 많고 골치 아픈 정치 프로세스를 소모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효율적이며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관료제적 국정운영에 기울어지기 쉽다. 스스로 자신의 통치기반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지만, 본질적으로 국정에 대해서 최종적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다. 정치는 꽉 막힌 갈등구조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푸는 과정이다. 시쳇말로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모순덩어리다. 끝없는 인내심과 무한한 포용력을 요구한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운명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박 대통령은 마음이 급할 것이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의 '새로운 희망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소명감이 더욱 그를 조급하게 할 수 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은 별로 없고 대내외적인 환경도 거의 최악에 가깝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또 한 사람의 박 대통령, 즉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특수한 경쟁적 관계이기에 더욱 급하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더욱 빛날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원칙에 충실할수록 그것이 지름길이다. 서두를수록 실수가 빈발하고 결국은 더 먼 길을 가게 마련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정치를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물 흐르듯 하는 것이다. 강물은 온갖 작은 물줄기들을 포용하면서도 완급을 조절하며 막힌 곳에서는 돌아간다. 게다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강물은 앞 다투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망망대해에 다다르지 않는가.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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