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총원 대잠 전투배치!"
25일 오후 2시 30분 태안반도 서쪽 15㎞ 서해상에 진해함 함장 김준철 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함교가 분주해졌다. 100여명의 장병들은 방탄구명복과 방탄모를 착용하고 신속히 자신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전투배치"라는 장병들의 복명복창이 함정에 울려퍼졌다. 시속 25㎞로 서행하던 진해함의 속도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함장의 "폭뢰 투하!" 명령과 함께 진해함과 인근의 영주함, 공주함에서도 동시에 폭뢰가 투하됐다. 수류탄 1,000개의 화력과 맞먹는 MK-44 폭뢰가 투하되고 6.8초 후 강한 폭발음과 함께 20~30m의 물기둥이 여러 개 치솟았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3주기를 맞아 25일부터 나흘간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은 북한이 경비정을 이용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거나 잠수함 공격을 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됐다. 훈련에는 구축함인 양만춘함(DDH-1)을 선두로 호위함(FF) 전남함, 3년 전 폭침된 천안함과 구조는 같지만 무장이 업그레이드된 1,200톤급 초계함(PCC) 진해함∙영주함∙공주함, 유도탄 고속함(PKG) 서후원함, 고속정(PKM) 5척이 참가했다.
북한의 해상 도발에 대비한 대함사격 훈련도 실시됐다. 진해함의 76㎜, 40㎜ 함포가 가상의 적 북한 경비정으로 설정된 표적지를 향해 불을 뿜었다. 천안함 희생자인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성금으로 도입된 K6 중기관총(일명 3ㆍ26 기관총)이 위협적인 굉음과 함께 타격을 가했다. '필승 함대, 싸우면 박살낸다'는 해군 2함대의 구호를 실감케 했다.
특히 이날 훈련에서 우리 해군이 염두에 둔 것은 북한이 이미 70여척을 보유하고도 매년 1~2척씩 숫자를 늘리고 있는 잠수함 공격이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후 대잠전력을 보강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해 왔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중의 잠수함 소리를 식별, 어뢰공격을 회피하는 어뢰기만기(TACM)를 초계함급 이상 전 함정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력보강에도 불구, 대잠작전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 잠수함 탐지 음파가 물 속에서 굴절되거나 소실돼 잠수함을 100%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군본부 전력처장 윤정상 준장은 "노후 음파 탐지기 부품 교체, 대잠항공기 성능 개량, 어뢰음향 대항장비 보강 등의 후속조치를 했지만 북한 잠수함을 탐지ㆍ공격하기 위한 전력보강은 미미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군 2함대에서 만난 천안함의 통신장 허순행(41) 상사는 아직도 2함대에서 해상훈련대 통신관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허 상사는 "천안함 전우에 대한 3년상을 치르기 위해 계속 해군 2함대에서 근무했다"며 "이제는 천안함 생존병사가 아니라 그냥 천안함 승조원, 천안함 장병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등에선 이때만 관심을 갖고 평상시에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천안함의 비극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