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극장가는 ‘연애의 온도’로 뜨거웠다. 21일 개봉하자마자 주말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리며 4일간 누적관객 64만4,564명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개봉한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과 비슷한 흥행 추이다.
사내 비밀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30대 초반 신인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관객에겐 생소하기만 한 이름의 노덕(33) 감독. 그의 프로필은 지나치게 짧다. 대학(서울예대)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습작으로 단편을 만들어본 게 전부다. “사실 대학 졸업 이후 영화 외에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어요. 오랜 기간 시나리오를 써왔지만 참여했던 작품들이 완성되지 않아 프로필이 쌓이지 않았던 거죠. 어느 순간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고, 제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이 영화가 나온 겁니다.”
영화는 헤어짐에서 시작해 재회를 했지만 다시 또 시들고 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보통의 멜로와 달리 때론 구질구질한 민낯의 사랑 이야기를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훑어 내려간다. 여성의 시각에 강점을 둔 여성 감독이기에 여성 쪽에 좀 더 무게를 두었을 수도 있으련만 영화는 줄곧 두 주인공의 균형을 팽팽히 유지한다. 노씨는 “누구 한 명을 편들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연애에 있어 여성으로서 자기반성적인 부분도 있어요. 여성의 눈으로만 보면 남성만 나쁜 편으로 몰아갈 수도 있고요, 누구 한 명의 잘못으로 관계가 끝나는 식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죠”라고 답했다.
영화는 중간중간 인터뷰가 끼어든다. “멜로 영화에선 주로 친구 등 조연을 이용해 속내를 털어놓곤 하는데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노골적이지만 인터뷰란 장치를 통해 주인공의 실제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했죠. 이왕이면 그 인터뷰를 유머러스하게 만들어 적극 활용해보잔 생각도 들었고요.”
그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못내 아쉽다. “욕설이나 흡연 장면은 그 신에 걸맞은 장치로 표현된 것이기에 특별히 비윤리적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기대와 다른 영상물등급위원회 결정에 당황스러웠어요. 청소년들에게 이 영화의 감정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또 어렵다 하더라도 관람 자체를 막는다는 것 자체가 폭력적인 것 아닌가요?”
처음 연출이라 촬영장에 많은 각오를 하고 들어갔다고 했다. “현장 경험이 없는데다 나이가 어리고 또 여성이란 핸디캡이 크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제작사나 투자사 쪽에서 작품에 많은 관여를 하지 않았어요. 묵묵히 지지해준 것 같아요. 배우들도 그랬어요. 나중에 이민기씨에게 물어보니 감독이 시나리오 쓴 그 기간을 믿었다 하더군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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