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퇴임 사흘 만에 출국금지 됐다. 원 전 원장의 비밀출국설이 돌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출국금지 요구가 빗발치자 검찰이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전직 국가 최고정보책임자가 이런 소동을 일으킨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원 전 원장은 현재 5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에 관련돼 있다.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이란 형식을 통해 진행된 국정원 정치개입, 대선기간의 인터넷 여론조작, 종북ㆍ좌파단체 척결 공작에 관한 의혹 등이다. 한결같이 국정원 조직을 불법적으로 국내정치에 동원해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퇴임 직후 외국으로 나가려고 한 것은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듯 하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국내에 남아 당당히 수사에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퇴임 후 납치 등을 우려해 일정 기간 경호원이 따라붙는 전직 국정원장의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부적절한 처신이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 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직접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검찰이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헤칠 경우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이 개인비리가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검찰의 출국금지가 단순한 고소ㆍ고발 사건에 국한된 게 아닐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어쨌든 원 전 원장이 출국하려 한 사실이 알려진 만큼 검찰은 즉각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현재 '국정원 댓글 사건'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나 몇 개월째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과감하게 척결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수사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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