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8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첫 당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8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첫 당선

입력
2013.03.25 12:01
0 0

2000년 3월 26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는 무려 12명이 입후보했다. 결과는 싱거웠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퇴로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푸틴 총리는 과반을 넘는 52.5%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경쟁자였던 공산당 당수 주가노프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 소련의 비밀첩보조직 KGB의 후신인 FSB(연방보안국)의 수장이었던 푸틴이 옐친에 이어 러시아 2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48세였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속에 러시아의 21세기를 이끌어 갈 새 대통령 푸틴은 외모에서부터 옐친이나 프리마코프 전 총리 등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슬라브족 남성을 대표하는 좁고 각진 얼굴에 웃음이 없는 얄팍한 입술, 그리고 상대방의 시선을 궤뚫어 보는 차가운 눈매는 전형적인 첩보 요원의 인상을 짙게 풍겼다.

푸틴은 1952년 러시아의 제2수도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국립 페테르부르크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후 특채로 KGB에 들어가 84년부터 동독에 투입돼 90년 말까지 상주했다. 주로 맡은 역할은 스파이를 양성해 서방 국가에 투입하는 것이었으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고향으로 돌아와 한동안 교수직을 맡았다.

97년 옐친의 부름을 받고 모스크바로 거처를 옮긴 푸틴은 98년 FSB 국장에 임명되면서 정치인으로 화려한 부상을 하게 된다. 이듬해 8월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던 옐친은 그를 국무총리에 지명하며 2000년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 나설 자신의 후계자라 밝혔다.

푸틴의 인기는 곧바로 수직 상승했다. 강력한 러시아를 부르짖으며 엄격한 법 집행에 착수했고 2000년 초 러시아연방에서 이탈하려는 체첸공화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강력한 지도자의 인상을 심어줬다.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도 그의 인기 상승에 한 몫을 했고 이러한 기대는 '푸틴 현상'이라는 말로 표현됐다.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은 4년 임기를 마치고 재임에 성공하며 200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퇴임 때도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지만 3선 연임을 금지한 러시아 헌법으로 인해 대선에 나갈 수 없자 푸틴은 당시 제1부총리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정치적 후계자로 지명해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자신은 다시 총리 직을 맡아 사실상 국정을 주도했다.

60세가 되던 2012년, 예상대로 푸틴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복귀했고 헌법 개정으로 임기는 6년으로 늘어났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연임이 된다면 2024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제정러시아 황제 '차르'보다도 막강한 권력이 아닐 수 없다.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반 푸틴 시위도 발생하지만 아직도 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러시아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