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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는 아이 만들고 싶다면 독서 통해 개념 익히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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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는 아이 만들고 싶다면 독서 통해 개념 익히게 하세요

입력
2013.03.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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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중 2학년 민경빈(14)군은 평균 3~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부교육지원청 영재원의 중등 수학 영재반에서도 상위권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영재반을 쉬기로 했다. 민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오히려 수학이 좀 처지는 편이었지만 별다른 수학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가 수학 영재로 꼽히게 된 것은 꾸준한 독서 덕분이다. 처음 그림책부터 손에 잡기 시작한 민군은 라는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수학에 재미를 느껴 수학 관련 책들을 팠다. 읽은 책에 수학 개념이 등장하면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책들을 찾아 읽는 식으로 관심은 깊어졌다. 이해가 안 가는 책은 6~7번씩 읽었고 어머니에게 설명해달라고 들고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군은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수학 영재에 들게 됐다.

독서로 배경 지식ㆍ이해력 상승

전문가들은 수학문제를 잘 푸는 것과 수학을 잘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수학을 잘하려면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문제푸는 연습만으로도 수학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가령 초등 6학년 아이들에게 삼각형의 정의를 물어 보면, 초등학교 2학년 때 배운 '세 변으로 둘러싸인 도형'이라는 답 대신 세 변과 세 꼭지점, 세 각 등 삼각형의 성질에 대해 대답하기 일쑤다. 삼각형의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은 알고 있지만 정작 수학 개념에 대해선 모르는 학생들은 응용문제나 한번 비튼 문제에서는 곧 한계를 드러낸다.

수학적 개념 정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이미 350가지를 배운다. 여기에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미ㆍ적분의 기본 개념까지 포함돼 있다. 이러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해야 장기적으로 수학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개념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독서를 통한 수학 교육이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 수학 교과서에 도입된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론도 이야기를 통해 수학 개념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전병식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인성진로연구부장은 "아이들이 한 문제를 곰곰이 고민해서 푸는 것이 20분 내에 100문제를 푸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며 "주어진 상황에 수학의 개념을 대입해 사고하고 토의, 토론 등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어야 개념을 철저히 이해한것"이라고 말한다.

수학에 대한 흥미 유발도 책으로

수학을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문제집 대신 재미있는 책으로 흥미와 자신감을 붙일 수 있다. 일상 생활 속 수학 이야기를 다루는 책, 퍼즐, 수학자 이야기, 수학 동화 등을 읽히는 것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수학동화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책을 잘 보지 않는 아이는 재미있는 캐릭터나 그림, 쉽고 짧은 이야기로 된 책을 고르도록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난 뒤 수학적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질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단 아이가 재미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 사교육업체 시매쓰의 조경희 연구소장은 "아이의 연령과 성장단계가 책과 적절한지 보고,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정서 함양에 좋은지, 줄거리의 참신성과 개연성,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학습성만 부각되는 책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가급적 학교 진도와 맞춰 아이가 이미 배운 내용이나 곧 배울 내용을 담은 책이 좋다. 자신이 읽은 책이 어떤 수학적 개념과 관련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 글을 어려워하면 문제해결력을 자극하는 게임이나 퍼즐, 수수께끼 책을 권해 보자. 퍼즐은 연산, 논리, 성냥개비, 도형 등 기본적인 수학 개념만 이용해서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많아 수학적 재미와 성취감을 갖는 데 효과적이다. 퍼즐은 규칙 찾기나 문제 푸는 방법 찾기 등의 단원에서 나오는 문제와도 관련이 많다.

독후활동으로 효과 향상

독서활동이 사고력과 창의력뿐만 아니라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를 거두려면 읽기에서 끝나면 안 된다. 독서 후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묻고 답하고 읽고 쓰면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독서감상문에서 벗어나 시, 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수학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책을 읽고 난 후 자신만의 수학 기호를 만들어 보도록 해 어떻게,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쓰도록 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수학적 부호가 하나의 약속이라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조경희 소장은 "부모가 글쓰기에 서툴다 해도 아이의 생각이나 창의적인 발상에 대해 긍정하고 인정해 줄 수 있다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교 수학은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 유리하다. 교직경력 18년째인 강명선(41) 전곡초 교사는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수학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으며, 제시된 상황에서 수학적 개념을 끌어내 문제를 이해하는 독해력을 얻는 데에도 평소의 독서량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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