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변 흑 대마의 사활에 대해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흑 대마가 아직 완전히 살아 있는 건 아니다. 1로 파호 하면 안에서 두 집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2로 건너붙이는 반격 수단이 있다. 이 싸움은 백도 겁난다.
그래서 박영훈이 대마 공격을 보류하고 상변에 △로 붙여 상대 응수를 살폈다. 이 부근이 두터워지면 처럼 대마 공격을 재개하려는 생각이다. 이때 최철한이 1로 단수 친 게 얼핏 한가한 수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강력한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 먼저 우변 흑돌을 튼튼히 한 다음 A로 건너 붙여서 우변 백돌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영훈이 이같은 상대의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얼른 2, 3을 교환한 다음 4로 밀어서 이에 대비했다.
한데 실은 4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큰 실수다. 지금은 4가 아니라 아예 A로 둬서 백돌의 연결을 확실히 해두는 게 정수였다. 그래도 역시 흑은 5부터 9까지 대마에 가일수 해서 살아야 한다. 실전에서는 백이 4로 뒀기 때문에 아직도 흑이 A로 건너붙이는 뒷맛이 약간이나마 남았다. 물론 지금 당장 무슨 수가 되는 건 아니지만 고수들의 바둑에서 이같은 뒷맛이 있고 없고는 실로 엄청난 차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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