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끄떡 없던 ‘명품불패’신화가 결국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환율하락과 관세인하,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고가브랜드들은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가명품의 대명사격인 루이비통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한자릿수 소폭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 들어선 2월까지 두자릿수 감소했다. 1991년 한국 시장에 직진출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온 루이비통이 이 같은 매출 감소를 겪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불황의 영향에다 국내 소비자들이 남들이 다 드는 로고백대신 다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엔화약세로 루이비통을 많이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루이비통은 1월말 부산 현대백화점에서 매출부진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루이비통 측은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올 7월 현대 무역센터점에 전 제품을 구비하는 대형 매장을 여는 등 꾸준하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콧대 높은 브랜드 샤넬도 올해 들어 매출이 주춤하고 전통 고가 브랜드인 구찌와 버버리 등도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1년만해도 백화점 해외 고가브랜드 매출은 20~40%까지 신장할 정도였으나 지난해부터 꺾이기 시작,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역신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해외 고가 브랜드들은 잘 팔리는 품목 중심으로 여전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구찌는 25일부터 핸드백과 가죽소품 가격을 2년만에 대폭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핸드백은 4.8%, 지갑은 3.7%로 핸드백의 20%에 해당하는 제품 가격이 오른다. 앞서 구찌는 지난 1월 핸드백 1종을 4%, 지갑 3종을 5∼11% 올린 바 있다.
지난해 12월 프라다는 인기 제품 가격을 6∼8%(전 제품 기준 2%) 올렸고 에르메스는 지난 1월 핸드백 가격을 평균 0.3%, 루이비통은 이달 초 일부 제품 가격을 최고 6%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셀린느와 멀버리 등 다른 브랜드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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