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애초에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기 쉬운 대형로펌에 오래 근무한 경력으로 제기된 부적격 논란에 세금 탈루 및 해외 비자금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이 고른 장차관 이상 후보자만 벌써 6명째 도중 하차여서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새 정부의 인사 시스템 전체의 난맥상이 뚜렷하다.
요인은 다양하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정부조직 개편이 끝날 정도로 야당의 발목잡기가 심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조기 가동되지 못해 충실한 사전 검증이 어려웠을 수 있다. 정부 파행에 박 대통령과 주변의 조바심이 심해진 것도 설익은 인사를 불렀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외적 요인은 박 대통령과 권력 주변의 인사 대상 폭을 상대적으로 좁혔을 뿐이다. 잇따른 의혹에 스스로 물러나야 했던 후보자의 선택에는 권력 핵심부의 내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했던 듯하다.
박 대통령이 특별히 공을 들인 부처에 낙마 사태가 집중한 것이 좋은 방증이다. 미래 산업의 거점인 미래창조과학기술부, 중소기업 진흥과 시장 공정성을 맡은 중소기업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한결같이 박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커다란 역할을 기대했다. 전문성을 이유로 기존 관료조직에서 끌어올려 낙점한 다른 부처와 달리 애써 힘주어 사람을 뽑은 게 헛일이 됐다. 정확한 경과를 알 수야 없지만, 그런 자리일수록 대통령의 의욕이 강하게 작용했으리라는 점에서 선정 및 낙마 경과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아무리 탄탄했더라도 박 대통령의 강한 의욕이 담긴 '단수 후보'라면 철저한 검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현재의 인사 난맥상은 결국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김학의 법무부차관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와 경찰이 '네 탓 공방'까지 벌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의욕이 조금만 느슨했어도 양쪽 다 '부적격' 의견을 냈을 만하다. 앞으로라도 인사에 만전을 기하려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변화가 중요하다. 널리 의견을 들어 인재를 고르는 방식으로 돌아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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