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카메라가 당신을 지켜본다’는 영화 속 설정이 미국 뉴욕에서 곧 실현될 전망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5년 안에 무인기를 띄우고 뉴욕시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해 거리를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치안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22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앞으로 5년 안에 뉴욕의 모든 곳에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하며 “여러분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뉴욕시에 있는 모든 공중 전화기와 전신주에 카메라가 부착된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는 공중에 띄운 무인기로 감시할 예정이다.
중동 군사작전에 주로 쓰이는 무인기를 도시 상공에 띄운다는 계획에 대해 블룸버그 시장은 “(시민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겠지만 이론적으로는 빌딩에서 감시하는 것이나 하늘에서 감시하는 것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생활의 영역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서 시민들에게 “(감시 카메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2011년 9ㆍ11 테러의 직격탄을 맞았던 뉴욕시는 이후 치안 강화에 부심해왔다. 지난해에는 뉴욕 경찰청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범죄감시통합시스템(DAS)을 공동 개발, 카메라에 잡힌 범죄 용의자의 정보를 통해 그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 5개구 가운데 맨해튼에만 2,400여개의 감시 카메라가 상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기까지 동원해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고 나서자 뉴요커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은 “여기가 아프가니스탄이냐, 아니면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나오는 영화라도 찍겠다는 것이냐”며 “서방의 어떤 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또 다른 시민은 “돈이 없어 보험 혜택을 못 보는 사람도 많은데 무인기에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무인기가 거리뿐 아니라 사적인 공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피핑 톰(엿보는 사람)을 제재하는 법안이 사생활 침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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