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이 구제의 손길을 내밀 대상은 크게 '장기간 빚을 연체 중인 사람'과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빚은 '1억원 이하 신용대출'로 한정했고, 기간도 '올해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연체'라는 제한을 뒀다. 여기에 성실히 빚을 갚아 온 사람이나 단기(6개월 미만)ㆍ과다(1억원 초과) 연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들을 위한 지원책도 별도로 마련했다. 지원은 앞으로 무제한 지속되는 게 아니라 '한시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6개월 이상 연체자 최대 50% 빚 탕감
행복기금의 최우선 지원 대상은 1억원 이하 신용대출 연체자다. 단, 지난달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가 있어야 한다. 행복기금을 염두에 두고 최근(지난해 9월 이후) 연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채나 미등록 대부업체 이용자, 담보대출자, 기존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ㆍ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도 제외된다.
행복기금은 이들을 대상으로 4월 22~30일 사전신청을 받으며 5월부터 10월 말까지 본접수를 받는다. 사전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채권추심은 중단된다.
금융위는 3,894개 협약 금융사에서 지원 조건에 맞는 연체자 약 134만명 가운데 약 21만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청은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서 받는다. 신청자의 최종 채무감면율은 나이, 연체기간, 소득 등을 감안한 행복기금의 심사 후 결정된다. 모두가 최대 50%를 감면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나머지 빚은 10년 안에 분할 상환한다.
행복기금의 존재를 몰라 신청하지 못한 사람도 조건에 맞으면 대상이 된다. 행복기금이 7월 이후 개별 통지해 채무조정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다만, 스스로 신청한 사람과 행복기금이 연락한 사람은 채무감면율이 각각 40~50%, 30~50% 식으로 차등 적용된다. 스스로 신청하면 좀 더 유리한 셈이다.
학자금 연체자 2,000명도 혜택 대상이다. 행복기금이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 중 지난달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 중인 115억원 규모를 흡수해 채무를 조정한다. 학생이어서 당장 갚을 능력이 없다면 채무상환시기를 취업 후로 미룰 수 있다. 위의 두 경우 모두 빚 탕감 이후 상환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나중에라도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나면 그간 지원받은 금액을 다 토해내야 한다.
20% 고금리는 10% 저금리로 전환
연체자의 빚만 탕감해 주면 성실히 빚을 갚아 온 사람은 억울할 수 있다. 그래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존 바꿔드림론 지원 대상이 한시적으로 확대된다.
6개월 이상 성실히 상환 중인 채무자가 4월부터 9월말까지 행복기금에 신청하면 연 20%대 대출을 10%대로 바꿔준다. 캠코의 기존 프로그램은 연소득 2,600만원 이하거나 신용등급 6~10등급이면서 소득 4,000만원 이하여야만 3,000만원 한도로 전환대출이 가능했다. 이를 개인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4,000만원 이하(영세 자영업자는 4,500만원 이하)면 대출규모 4,000만원 한도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단기 연체자는 신용회복위 지원
연체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대출액이 1억원을 넘어 행복기금 지원 대상이 안 되는 연체자들은 기존 신복위의 제도를 이용하게 해 준다. 역시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행복기금 신청기간 중 신복위를 찾는 연체자에겐 채무감면율이 한시적으로 확대된다. 예컨대 단기 연체자의 상각채권(손실 처리된 채권)은 최대 50%, 연체채권은 최대 30%를 감면해주는 식이다. 지금은 연체채권의 경우, 이자만 감면해줄 뿐 원금 감면 혜택은 없다. 또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적용 대상도 기존 '1~3개월 연체자'에서 '최근 1년 이내 연체일수가 총 1개월 이상인 경우(연소득 4,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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