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가 중국에서 통할까?'최근 7년 만에 상하이를 다시 찾았다. '기름 뺀' 한국식 피자 브랜드 '미스터 피자'의 상하이 1호점 개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산해진미가 넘치고, 기름기 음식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담백한 한국식 피자가 어필할 지 궁금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최대 번화가인 푸저우로에 오픈한 미스터 피자 상하이 1호점은 첫날부터 젊은 고객들로 붐볐다.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은 "소비시장이 커지고 고급화하면서 담백한 한국식 피자가 먹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와 주변 도시, 신도시에 점포를 계속 개설해 5년 안에 1,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상하이에서 조우한 김기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같은 말을 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2000년대 초반부터 베이징대에서 중국을 연구해 온 그는 한중발전촉진협회(양국 전직 고위 관료 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 경제성장의 새 엔진으로 추진 중인 '도시화'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이후 7년만에 다시 방문한 상하이에서 중국이 지난 30년간 10% 내외의 고속성장을 이끈 제조업 및 수출 드라이브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시진핑ㆍ리커창 투톱 체제가 이끄는 새 정부는 도시화를 내수 확대와 지속적인 성장의 견인차로 삼고 있다. 2020년까지 연 평균 7.5%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체제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 한가운데 도시화 정책이 있다. 사회 불안 요인인 도시ㆍ농촌간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현재 52%대인 도시화율을 매년 1%씩 높여 6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발전의 공신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이었다. 1960~70년대 우리의 저임금 산업역군에 해당한다고 할까. 하지만 농민공은 계획경제 시절 마련된 호구제도로 인해 도시에 살면서도 호적은 농촌으로 돼 있어 도시민 대우를 받지 못해 각종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또 높은 부동산 가격에 치여 변변한 주거조차 없이 지내고 있다. 이들이 무려 2억 6,000만 명에 달한다.
도시화의 주요 포인트는 호구제도를 개선해 이들을 정상적인 도시민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들이 도시민이 되면 교육 의료 주거 등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 증가로 이어져 내수 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농업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의 비율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올라간다.
중국 정부는 농민공들에게 도시 호적을 주고, 추가로 1억4,000만 명의 농촌 인구를 도시로 유입시켜 2020년까지 4억명의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서부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수 천개의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데 구체적인 계획이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이 것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2020년 중국 도시 인구는 8억5,000만 명에 달해 미국ㆍ 유럽의 도시 인구를 더한 것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도시화 정책은 중국이 지속적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우리에게도 획기적인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자본재와 반제품 등을 수출해 큰 혜택을 누려온 우리는 이제 중국의 새로운 도시화 발전 패러다임에 맞춰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한국식 피자만이 아니다. 내수 시장 포화로 골목 상권과 충돌하는 각종 서비스업은 물론 건설, IT, 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대중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창조경제 구현 못지 않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일지 모르겠다.
산업부 박진용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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