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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된소리와 부모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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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된소리와 부모 마음

입력
2013.03.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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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ㅃ ㅉ ㄸ ㄲ ㅆ, 다섯 가지 된소리 속에 산다.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없지만, 태어나서 아이 낳아 기르다가 늙어 죽을 때까지 된소리는 사람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ㅍ ㅊ ㅋ ㅌ, 이 네 가지 거센소리보다는 된소리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삶과 죽음을 완성해 나간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고 딸 둘에 아들 하나라야 '금메달'이라고 말한다. 아들만 둘인 사람은 나중에 길거리에서 죽게 된다며 '목메달'이라고 부르니 한심한 일이다. 어쨌든 딸이든 아들이든 아이가 자라나는 상황과 부모의 마음을 된소리로 한번 살펴보자.

짠!하고 이 세상에 나오는 아기는 없다. 아기를 낳는 것은 엄마들이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찌찌를 먹고 만지며 자란다. 일본어 찌찌[乳]에서 온 말이긴 하지만, 모유를 먹은 아기는 튼튼하고 머리도, 성격도 좋다고 한다.

엄마 젖을 먹고 자라 뒤뚱뒤뚱 아장아장 걸음을 걷게 된 아기는 이제 찌찌 대신 까까를 먹고 엄마 아빠와 '까꿍, 도리도리 짝짜꿍'을 하며 자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던가? 이때부터 이미 노는 꼴이 평범하지 않고 똘똘한 아이들이 눈에 띈다. 뭔가 한 가지를 손에 잡으면 딴 생각 하지 않고 골똘히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기는 어느새 꼬마라고 부를 만큼 성장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아이들이 빨리 자라준다면 부모의 걱정이 줄어들까? 나름대로 또 다른 문제가 있겠지. 나중에 군대 가면 다시 선보이게 될 까까머리도 졸업한 꼬마는 알록달록 꼬까옷 차림이 귀엽다.

따개비처럼 엄마에게만 찰싹 달라붙어 살던 아이에게는 친구도 생겼다. 다른 아이와 짝쿵이 되어 묵찌빠를 비롯한 온갖 놀이를 하면서 개구쟁이로 자라난다. 딱지치기, 땅 따먹기와 같은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이제 거의 없지만 아이들이 노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무궁무진하다.

부모는 늘 걱정이다. 아기 때는 아기 때대로, 학교에 입학시킨 뒤에는 또 그때대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다. 부모는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옷을 빚듯이 아이를 기른다. 그러나 그 마음을 일찍부터 빨리 알아주는 자식은 그리 많지 않다. 일찍 철이 들어 부모에게 말대꾸도 하지 않고 어려움을 꿋꿋이 견디며 알아서 자기 일을 다하고 씩씩하고 똑똑하고 예쁘게 성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게 곧 효도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부모가 살아 계시면 멀리 나다니지 말고 부득이 멀리 갈 것 같으면 반드시 가는 곳을 알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저물도록 문에 기대어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놀기 바쁜 자식들은 잘 모른다.

당의 시인 맹교(孟郊)의 '遊子吟(유자음)'이라는 시에 부모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시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인자하신 어머니가 가지신 실로

길 떠나는 아들 옷에

떠날 때 한 땀 한 땀 바느질함은

어쩌다 더디 올까 염려함이네.

그 누가 말했던가, 이 보잘것없는 효심으로

봄볕 같은 어머님 은혜를 다 갚을 수 있다고.

이 ‘한 땀 한 땀'의 된소리가 부모의 끝없고 가없고 변함없는 자식사랑을 잘 알게 해준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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