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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日경제 봄기운… 기업들 '엔저' 날개 달고 大반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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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日경제 봄기운… 기업들 '엔저' 날개 달고 大반격 시작됐다

입력
2013.03.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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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경쟁력 높아져 5년 만에 흑자전환 예상자동차 부품·설비업체도 호황수출 기업들 실적 개선임금 상승→내수 신장… 선순환으로 이어져엔고 시절 경영체질 강화생산기술 축적이 엔저 통해 본격 발휘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이 26%(전년동월대비)나 급증했다. 전체 미국 시장이 8%가량 커진 것에 비하면, 도요타의 신장률은 가히 '서프라이즈'에 가깝다. 혼다도 13%나 판매를 늘렸다.

호주시장도 마찬가지. 2월 신차 판매량에서 도요타, 마쓰다, 닛산 등 일본메이커가 1~3위를 싹쓸이했다. 혼다, 스바루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호주서 팔린 차 2대 중 1대는 일본차다. 원래 일본차가 강세인 호주시장이지만, 이런 분위기는 최근엔 없었다는 현지 평가다.

지금 지구촌 시장 곳곳에선 일본 기업들의 무서운 반격이 진행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을 향해가고 있는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끝없이 추락했던 일본기업들이, 잃었던 시장을 빠른 속도로 되찾아가고 있다.

그 중심엔 '아베노믹스(아베총리의 경제운용기조)'가 있다.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26일 취임 이후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무제한 유동성 살포와 공격적 엔저(低)정책을 밀어 붙였다. 오랜 엔고에 시달렸던 일본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이는 경제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아베노믹스는 이제 겨우 3개월(26일) 됐을 뿐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권좌 복귀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베노믹스의 혜택을 가장 듬뿍 받은 곳은 역시 자동차, 그 중에서도 도요타다. 동일본대지진, 부품생산기지 태국의 대홍수, 리콜 등 최근 3~4년 사이 지독한 '삼재'에 시달렸던 도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1위 타이틀을 2년만에 되찾은 데 이어, 올해는 5년 만에 본사기준으로 흑자전환(1,500억엔)이 예상되고 있다.

'아랫목' 온기는 이제 윗목으로도 퍼지고 있다. 일본 내 자동차 부품업체와 설비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한 설비업체 관계자는 "휠 제작에 필요한 프레스기 8대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주문 받았다"며 "일본 업체들이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일감이 밀려들자 우리나라에까지 주문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타이어업체인 브릿지스톤은 엔저와 자동차산업 회생 덕에 지난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50%이상 급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큰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후방연관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자동차가 살아난다는 건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십만개 부품과 철강, 유리, 금속, 전자 산업이 함께 살아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30만엔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미쓰비시는 174만엔, 히타치는 160만엔의 보너스 지급을 결정했다.

보너스를 준다는 건 단순히 '위로'의 의미는 아니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살아나야 하고, 구매력이 살아나려면 근로자 실질소득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질임금상승→소비증대→내수개선→기업실적호전→고용ㆍ임금확대의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일본 기업들의 역습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위력은 엔저 그 자체가 아니다. 고통스런 엔고 시절을 거치면서 쌓아두었던 경영체질강화와 고도생산기술축적의 힘이 엔저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70엔대 환율에도 버틸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체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런 체력에 90엔대 환율이 가세한다면 사실상 날개를 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로 판매가 30% 급감하자 부품 금형 크기를 최고 50%까지 줄여 설비투자비를 40% 가량 절감했고, 생산라인 공구교체 시간을 4시간에서 무려 20분으로 단축시켰다. 히타치는 2009년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이후 무수익자산매각과 사업구조개편으로 이듬해부터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는데, 엔저에 관계없이 2015년까지 비용을 계속 5%씩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효과에 엔저까지 덧붙여질 경우,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지금도 환율 상승분을 100%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엔고가 다시 오더라도 가격경쟁력을 잃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엔저 효과는 예상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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