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흘 간의 중동 순방을 마치고 23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웃으며 돌아왔다. 순방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순방 직전 시사 월간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이번 외교를 '사막의 잡담 작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마이클 오렌 미국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우리는 아직 진지하게 나눌 얘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방을 마친 뒤 미국 언론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에 대체로 동의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팔 비틀기 재능을 보여줬고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고 했다. 골드버그도 오바마의 예루살렘 연설을 격찬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나 밀뱅크는 "다른 분야에서 오바마의 성공을 위한 로드맵이 될 만큼 성공적인 순방"이라며 '낮은 기대에 대한 승리'란 이름을 붙였다. 오바마가 순방 전 "돌아와서 중동 문제가 무엇인지 더 이해하게 되면 성공"이라며 기대 수준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중동평화협상의 진전이나 이란 핵 개발 또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할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4년 내내 불편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화해하고 이스라엘 여론을 얻은 것은 외교적 승리로 꼽힌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만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자위권을 확인하고 미국이 이란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수도 라말라에서는 독립국가 설립 지지를 천명하고 '말 앞에 마차를 놓지 마라'며 평화협상에 앞서 이스라엘을 자극하지 말도록 충고했다. 이스라엘과 터키를 3년 만에 화해시킨 것은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오바마가 설득하자 네타냐후는 오바마의 옆에서 전화해 사과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2010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구호선을 공격해 터키인 9명이 사망했으나 네타냐후가 사과를 거부하자 에르도안은 시오니즘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했었다.
오바마 순방 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중동에 남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설득에 들어갔다. 평화협상이 재개되면 케리는 전임자 힐러리 클린턴도 포기했던 일을 성공시키는 것이 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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