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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 1인중심의 소용돌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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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 1인중심의 소용돌이 정치

입력
2013.03.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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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 정치사는 '정치학 박물관'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정치현상이 응축된 파노라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방, 건국, 이념 갈등, 전쟁, 분단, 독재, 쿠데타, 민주화, 학생ㆍ노동운동, 시민항쟁, 정권교체, 지역 갈등 등이 모두 나타났다. 대통령제뿐 아니라 내각제 경험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우리 정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1948년 이후 7년 동안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일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은 1968년 펴낸 책에서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 정치'(the politics of vortex)라고 이름 붙였다. 사회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중앙 권력을 향해 빙빙 돌면서 끌려들어가는 구조가 한국 정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과거 왕조시대부터 1960년대의 군사정권까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소용돌이 정치는 출범 한 달째를 맞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중앙 권력을 중심으로 정치 싸움의 전선이 형성됐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전쟁의 중심에 대통령이 섰다.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인수위원들은 여당과도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았다. 국회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시작됐으나 야당은 여당과의 접점 모색 보다는 줄기차게 대통령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단호한 표정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 처리를 요구했으니 여야 협상은 더 꼬이게 됐다.

결국 시간이 흘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으나 우리 정치사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26일만에야 정상 가동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이 이렇게 뒤엉킨 것은 우선 여권의 의사결정이 대통령과 일부 측근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무조건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발목을 잡은 야당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고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 문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본래 우리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을 정도로 대통령 1인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최근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켜 '책임 총리제''책임 장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직접 인사와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려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차관 등 고위 인사 5명이 잇따라 낙마한 것도 대통령 1인 중심의 하향식 인선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내부에 인사 추천과 검증을 위한 인사위원회가 구성됐으나 박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인사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고 노(No)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각 부처 업무를 꼼꼼히 챙기면서 일일이 과제물을 제시하는 것도 1인 중심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섬세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디테일(detail) 리더십의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이 모두 대통령에게 모아지면 책임 장관제 실시가 어렵고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다 챙기고, 야당이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구조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총 1826일의 임기 중 이제 한 달을 보냈다. 지난 한 달의 시행 착오를 교훈으로 삼으면 남은 임기의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첫째 유념해야 할 것은 1인 중심의 소용돌이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대통령인 내가 다 챙기겠다"는 의욕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 또 5년 단임 임기 중에 역사적으로 획을 긋는 일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임기 중 4대강 사업을 완료하겠다며 밀어붙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골 욕심 때문에 혼자 수비수 공격수 역할을 다하면 실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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