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대표 선출을 위한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24일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권 경쟁이 친노·주류와 비주류 간 세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비주류 진영이 김 의원 옹립에 힘을 모으는 데 따라 친노 주류 측은 김 의원에 맞서 후보군 연대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파 패권주의 청산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지지 세력까지 끌어안는 '더 큰 민주당' 등을 출사표로 내걸었다.
김 의원은 "당권을 장악해온 범주류가 똘똘 뭉쳐 기득권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그것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김한길을 잡겠다고 민주당을 다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친노 주류 측을 향해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두 번이나 차버렸고 대선 패배 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에 더 화가 난다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안 전 교수에 환호한 유권자 대부분도 새로운 민주당으로 껴안을 수 있도록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친노 주류 측을 겨냥한 것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강기정 이용섭 의원과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신계륜 이목희 의원 등이 지난 20일 '반(反) 김한길 연대'를 염두에 둔 듯한 모임을 가진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회동에서 전당대회가 당의 혁신을 위한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는 혁신 전대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꺼낼 가능성이 있는 김 의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연대 방안까지 거론되진 않았지만 범주류 연대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4선의 추미애 의원은 회동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 의원도 '반 김한길 연대' 가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들은 예비경선까지는 각자도생 전략을 취하다 컷오프 이후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될 때 범주류 후보 2명이 단일화를 모색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친노ㆍ주류 측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민주당 정치혁신위 정해구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의 원로 및 다선 의원들은 당의 새로운 변화와 문화를 위해 어떤 길을 터주는 게 필요하다"며 사실상 김한길 의원을 겨냥했다.
이에 김 의원은 "특정 후보에게 유ㆍ불리한 이야기를 정치혁신위원장이 하는 것은 반 혁신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 측은 범주류의 연대 움직임을 '신 계파 패권주의'로 규정하면서 지난 전당대회의 '이해찬_박지원 담합의 재현'이라고 몰아붙일 태세다.
주류와 비주류간 열띤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후보나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ㆍ정세균 고문이나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대선 주자급들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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