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43)씨는 지난해 가을 큰 맘먹고 300만 원짜리 산악자전거(MTB) 한 대를 구입했다. 고가의 MTB지만 자물쇠만 잘 채우면 도난 당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김씨는 한 달도 안돼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김씨는 올해 초 경찰서로부터 자전거를 훔친 피의자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애타게 찾던 자신의 MTB는 중고시장에서 20만원에 팔려 찾을 수 없다는 소식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서울연구원의 '2009 시민의 자전거 생활문화 공간'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의 53%가 자전거를 도난 당한 경험이 있다. 도난 횟수는 1회가 38%, 2회가 34%였으며 3회 이상도 28%나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난 당한 자전거를 함부로 사거나 팔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모바일(스마트폰)을 통해 지자체에 자신의 자전거를 등록하면 고유 차대번호를 갖게 되고, 1분 이내에 분실ㆍ도난 신고까지 가능해지는 등 '무적(無籍)자전거'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는 도난방지 시스템이 각 자치단체에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는 전국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즉시 자전거 등록, 도난ㆍ분실 신고, 소유권 이전 및 확인, 방치자전거 신고 등 자전거 전 생애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자전거 도난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노원구가 자체적으로 만든 스마트 앱은 '노원구 자전거'를 다운 받아 자전거마다 새겨져 있는 영문과 숫자로 조합된 고유번호인 '차대번호'와 본인 '휴대전화번호' 두 가지만 입력하면 자전거 도난ㆍ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고 자전거 거래 시 해당 자전거의 도난ㆍ분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안전행정부에서 2011년 전국 자전거등록제 시행을 선포하고 제주도 등 8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자전거 등록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행정관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단순히 자전거 리스트를 확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자전거 도난 건수는 2010년 3,515건에서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한 2011년에는 1만902건, 2012년에는 1만5,993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가 자전거가 많아졌고, 인터넷을 통한 중고자전거 매매시장이 활성화 돼 있는데다가 거래시 소비자가 분실ㆍ도난 당한 자전거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전거가 손쉬운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앱을 통해 차대번호를 등록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경우, 누군가가 자신의 차대번호를 조회하는 순간 알람기능이 작동되고,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의 현재 위치도 알 수 있다"며 "현재는 노원구에서 상용화하고 있지만 안행부와 협력해 전국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