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기대대로 좋은 효과가 많았다는 쪽과 이익은 별로 없고 문제점만 발생하니 지금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커져 경제적 효과가 컸다는 정부의 주장이 있는 반면 무역량 축소로부터 발생한 소위 불황형 흑자에 불과한 결과라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치가 어떻게 나타나든 1년간의 통계만을 가지고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한미FTA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무역 통계를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관세 등 무역장벽을 많이 제거했기 때문에 무역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우리도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수입도 증가하여야 마땅하다. 혹시 수출이나 수입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은 글로벌금융위기 등 다른 요인들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따라서 FTA의 공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전체적인 사회경제적 효과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어쨌든 한미FTA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이익이 되는 부분은 더 키우고 손해가 되는 부분은 보완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와 관련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보다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째, FTA를 통해서는 일자리 창출효과를 도모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대미수출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 대미 수출 분야인 제조업의 경우에는 원료나 중간재 등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므로, 수출증가로 인한 부가가치유발비율이 60% 정도로 80%를 초과하는 농업이나 서비스 산업에 비해 작다. 더구나 세계의 분업구조상 수출 10억 원당 창출되는 일자리 수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취업유발계수를 봐도 농업은 37%, 서비스업은 17% 인데 비해 제조업은 9%이다. 다만, 제조업 내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능력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수출이 더 증가해야 한다.
둘째, FTA를 통해 손실을 입게 되는 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요청된다. 한미FTA 발효 결과,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 생산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제조업과는 달리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는 생산감소로 인한 소득 감소가 더 크므로 이 분야 손실은 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손실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면 해당 개인들이 느끼는 손실은 매우 크게 되므로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FTA에 따른 소득분배 악화에 대비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FTA는 시장의 원리와 자유무역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던 강자들은 더 잘 살게 되며 약자들은 더 불리해지게 되어 있다.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 전체적으로 소득이 커진다고 해도 그 소득이 일부 산업이나 소수에 집중된다면 국민생활과는 별 관계 없는 FTA가 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복지정책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를 보상하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중심의 경제정책을 표방한 새 정부에 이 점을 기대해 본다.
넷째, FTA가 소비자의 실질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소비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때 이익을 얻는 소비자 숫자는 매우 많아 개개인의 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에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 또, 관세인하 효과가 유통과정에서 최종제품가격에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미FTA 효과가 소비자의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FTA는 각종 제도변화 등을 통해 그 효과가 당장은 잘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발효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효과를 단순한 무역수치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제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출증가와 무역수지 흑자라는 측면만 강조해서는 국민행복 증진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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