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림픽 2연패만 남았다. 빙상 최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 빙상의 마침표는 '빙속 여제' 이상화(24ㆍ서울시청)가 찍었다. 이상화가 한국 빙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금메달 청신호를 켰다.
이상화는 24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69로 선두에 오른 뒤 2차 레이스 역시 37초65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합계 75초34를 기록했다. 2위 왕베이싱(중국ㆍ76초03), 3위 올가 파트쿠리나(러시아ㆍ76초08)를 멀찍이 따돌렸다.
이로써 한국은 올 시즌 빙상 3개 종목에서 모두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달 들어 신다운(20ㆍ서울시청)은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23)도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상화마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앞둔 한국은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500m 챔피언인 이상화는 이번 대회 1,000m를 포기할 만큼 500m 금메달에 욕심을 냈다.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각 종목별 세계 랭킹 상위 24위 선수만이 출전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24명 가운데 유일하게 37초대 기록을 냈다. 선호하는 아웃코스에서 출발해 100m를 10초28만에 통과했고 나머지 400m 구간은 27초41로 끊었다.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는 주춤하기도 했지만 37초대 기록을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2차 레이스 기록은 더 좋아졌다. 100m 10초25, 나머지 400m는 27초40이었다.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500m 종목에서 이상화는 2위를 0.69초 차이로 제쳤다.
이상화는 이미 한국 빙상 최초로 세계 4대 대회를 석권한 주인공이다. 2010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과 같은 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2 세계선수권에 이어 2012~13 월드컵 시리즈까지 제패했다. 남녀 선수 통틀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는 올 1월 캘거리 대회에서 36초80의 세계신기록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갈아치웠다.
이상화는 동계 올림픽 2연패 가능성도 높였다.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 이후 12년 만에 여자 500m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대회가 열린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빙상경기 주경기장이다. 이상화는 금메달뿐만 아니라 빙질과 경기장 분위기에 완벽히 적응하는 성과도 올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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