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없앤 청주읍성을 되살리는 것은 천년고도의 자존심과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길입니다"
충북 청주시와 시민단체들이 100년 전 사라진 청주읍성을 복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청주읍성은 신라시대 서원경이 설치되면서 축조돼 1,300여년 동안 정치ㆍ행정ㆍ군사ㆍ경제ㆍ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다. 첫 축조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조선 성종때 기록을 보면 1,783m의 길이에 사대문을 두고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일제가 1911년 도시정비사업을 빌미로 무너뜨리기 시작, 3년 만에 흔적조차 없이 해체되고 말았다. 당시 일제는 성돌로 하수구 축대를 쌓고, 도로를 내는데도 사용했다.
청주시는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 청주읍성을 복원키로 했다. 읍성 터가 시내 한복판에 있어 전체를 복원하기는 어려운만큼 가능한 일부 구간만 되살릴 참이다. 복원 후보지는 서벽 약 40m구간이다. 현재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YMCA에 이르는 곳이다. 문헌기록과 발굴조사를 통해 실체를 파악한대로 높이 4m, 폭 7.5~8m규모로 재현한다.
시는 읍성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복원공사에 원래 성에 있던 성돌을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청주읍성 성돌모으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21일 성안길 용두사지철당간 광장에서 선포식을 갖고 시작된 이 운동은 청주문화원, 문화사랑모임, 서원향토문화연구회, 충북문화유산연구회 등 4개 시민단체가 주도한다.
청주시는 상당량의 성돌이 청주읍성 주변 지역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읍성 해체 과정에서 성돌이 유출된 사실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191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일신여고 탑동양관 건물 기초석으로 성돌이 쓰였고, 도심지역인 남주동의 한 집에서도 성돌이 나왔다.
2011년부터 서문자리 등 3개 지점에서 발굴조사를 한 충북문화재연구원은 하수구 축대로 쓰인 것 등 20여개의 성돌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청주읍성 복원 여론이 꾸준히 확산되면서 1990년대부터 읍성에 대한 학계ㆍ문화예술계의 연구와 발굴 조사가 본격화했다.
류귀현 청주문화원장은 "성돌찾기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돌답사, 성돌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며 "청주읍성의 복원은 천년고도 청주가 역사도시, 문화도시, 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성벽 일부를 되살린 뒤 사대문 중 하나를 추가로 복원하는 방안을 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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