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후안 파틸로(196㎝)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가공할 만한 탄력을 앞세워 화끈한 덩크슛을 꽂아 넣는가 하면 지나친 개인 플레이로 비판을 받는다. 이상범 KGC 감독은 시즌 중반 아예 파틸로 대신 키브웨 트림을 중용하기도 했다. 트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파틸로는 누구보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크다. "혼자 농구한다"는 오해도 승부욕과 무관하지 않다. 22일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전태풍(오리온스)과 김태술(KGC)이 신경전을 벌이자, 번개같이 달려 들어 전태풍을 밀치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 또 벌어져도 또 그러겠다. 팀과 동료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게 파틸로의 변명이다.
파틸로가 결정적인 슛 두 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파틸로는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막판 미들슛과 골밑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77-70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기록은 16점 2리바운드로 평소 성적에 못 미쳤지만 해결사 노릇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로써 KGC는 5전3승제 단기전에서 2승을 따내 앞으로 한 경기만 잡으면 두 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 반면 오리온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3차전은 26일 오후 7시부터 오리온스의 홈인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날 KGC는 김윤태, 이정현의 외곽포를 앞세워 초반 공세를 주도했다. 1쿼터를 25-21로 마친 뒤에는 상대를 6점으로 묶고 17점을 몰아쳐 2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42-27로 점수 차를 벌렸다. 양희종, 김성철은 쉴새 없이 3점포를 터뜨렸다. 파틸로는 정교한 미들슛을 연거푸 림에 꽂았다. 2쿼터에 3점슛을 5차례나 성공한 KGC는 전반을 51-33으로 여유 있게 마쳤다.
위기가 찾아온 건 4쿼터 중반이었다. 오리온스는 경기 종료 5분50초를 남기고 전태풍이 3점슛을 터뜨리더니 윌리엄스, 전태풍의 연속 득점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73-68, 5점 차 상황이 됐다. 더군다나 KGC는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종료 2분을 남기고 오른쪽 발목을 다쳐 벤치로 물러났다. 중원 사령관을 잃은 KGC 선수들은 당황했고, 오리온스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여기서 오리온스는 다시 한 번 최진수가 종료 1분9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림에 꽂아 70-73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KGC엔 해결사 파틸로가 있었다. 종료 46초를 남기고 왼쪽 45도 각도에서 깔끔한미들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25초를 남기고는 속공에 가담해 골밑슛으로 2점을 더 추가했다. 이날 기록한 16점 중 가장 빛났던 4점이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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